민생 행보로 정국 반전 계획 차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인이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측근이 사망하자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를 비난했다. 자신을 잡기 위해 검찰이 주변 사람들을 과도하게 압박해 비극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측근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대형 악재 앞에서 이 대표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사법 리스크가 또다시 부각되면서 민생 행보를 강화하려던 이 대표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 대표는 10일 본인의 경기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가 전날 사망한 데 대해 “자랑스러운 공직생활 성과들이 검찰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 압박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기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 현장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 제가 만난 공직자 중에 가장 청렴하고 성실하고 헌신적이고 유능했던 한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씨는 이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인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전씨가 “검찰의 압박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특수부 수사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냐”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이 없고, 억울하니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발언 도중 목이 멘 듯 중간중간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는 “모 검사가 이렇게 표현했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 방식은 사냥이다. 목표물 정하고 잡힐 때까지 사냥을 멈추지 않는다”며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일제히 검찰 비판에 가세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어제 억울한 죽음,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다”며 “검찰의 가혹한 수사는 없었는지, 무리한 수사는 없었는지 검찰 스스로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윤석열 검찰은 강압 수사를 멈추라”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의 강압수사가 또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수사를 하는 것이냐, 인간사냥을 하는 것이냐”며 “검찰은 강압수사와 허위진술 강요로 이번 사건에서만 네 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검찰의 간악한 집착이 결국 황망한 죽음을 불러오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검찰에 대한 총공세는 검찰의 제1야당 대표를 잡기 위한 무리한 수사를 공론화하는 동시에 이번 사건의 책임론이 이 대표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 수사당하는 게 내 잘못이냐”고 강변했다. 박 대변인도 논평에서 “고인의 억울함은 호소하는 유서마저 왜곡하며 정쟁에 이용하는 비열한 행태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현장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고인의 빈소가 있는 성남시립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았지만 조문을 하지 못하고 장시간 외부에서 대기해야 했다. 유족들이 조문을 거절했기 때문이란 전언이 들렸다. 이 대표는 결국 예정됐던 시간보다 6시간 넘게 지난 후에 유족을 만나 조문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주목했지만, 20대 대선 국면부터 이 대표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이 연달아 숨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 대표는 정치적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전씨를 포함해 이 대표 범죄 비리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 중 5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씨의 유서에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고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일부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유를 불문하고 더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초 이날 경기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민생 행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무더기 이탈표 충격에서 벗어나 민생 이슈로 정국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다. 당내에서 이 대표 체제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내부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