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한현희가 지난 3일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밝은 얼굴로 훈련하고 있다. 키움히어로즈 제공

 

키움의 2020시즌 선발 로테이션에는 작은 변화가 있다. 외인 원투펀치에 최원태-이승호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지만 5선발이 바뀐다. 지난해 개막 5선발이었던 안우진은 일단 올 시즌 불펜 요원으로 분류됐다. 

여러 선수들이 후보이지만 유력주자는 사이드암 한현희(27)다. 지난해 키움 5선발 자리는 안우진의 부상 이후 여러 선수들이 들락날락했지만 한현희는 없었다. 한현희는 지난해 불펜 필승조로만 등판해 24홀드를 기록했다. 선발이 익숙하지 않은 투수는 아니다. 2018년에도 29번 선발등판해 11승(7패)을 거뒀고 2015년에도 선발로 17차례, 구원으로 28차례 등판하는 등 11승(4패)·10홀드로 전천후 활약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한현희를 가리켜 ‘3선발급 5선발’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사실 어느 팀이든 선발 로테이션은 5명으로 짜지만 다섯번째 선발투수에게 바라는 바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선발로 두자릿수 승수를 따낸 경험이 있는 투수를 5선발로 쓰면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손 감독은 3선발급 5선발의 좋은 예로 지난해 코치로 일했던 SK의 문승원을 들었다. 지난해 외인 원투펀치에 김광현(세인트루이스)까지 보유했던 SK는 문승원을 5선발로 기용하며 매치업 우위를 봤다. 문승원은 11승7패, 평균자책 3.88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다. 실력에 비해 부족했던 자신감까지 키우며 한 단계 성장했다.

한현희는 “2018년 5선발로 뛰었을 때 의외로 상대 1~2선발과 붙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고척돔을 홈으로 쓰는 키움은 우천 취소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다른 팀과 선발 매치업 순번이 틀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승원 카드를 썼던 SK나 키움도 5선발의 ‘미 스매치’를 막기 위한 나름의 비책을 지난해 적극 사용한 바 있다.

SK는 선발 운용에 여유가 있던 시즌 초반, 우천 취소 등으로 문승원이 상대 1선발과 맞붙을 상황이 되면 문승원을 한 차례 쉬게 하고 1선발을 대신 내보냈다. 키움은 부상 우려가 남아있던 최원태, 부상 당했던 제이크 브리검, 안우진의 등판 간격을 늘려주기 위해 ‘일요일의 남자’ 김동준을 활용했다. 주중 3연전 첫날인 화요일 선발등판한 투수는 보통 주말 3연전 마지막날인 일요일에 등판하게 되는데, 일요일 경기에 휴식 취하게 하고 김동준을 선발로 올렸다. 양현·신재영을 선발로 올려 1~2이닝을 막게 하는 ‘불펜데이’도 종종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불펜으로 뛰면서도 선발에 대한 애착이 여전했던 한현희의 의지가 더해진다면, 까다로운 로테이션 조정 없이도 5선발 한현희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한현희는 두 시즌 정도를 무사히 치르면 FA 자격을 얻게되기도 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