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설상 종목이 더 잘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에 나선 선수들이, 자신의 성적과 상관없이 이구동성으로 바람을 전했다. ‘한국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첫 메달’의 주인공인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이상호(23·한국체대)도 “이번 올림픽 메달을 통해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더 좋아졌으면 한다”고 할 정도였다.
이상호의 첫 메달 뒤에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대한스키협회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 롯데가 협회 회장사를 맡으면서 스노보드 대표팀에는 기술전문 코치, 왁싱 코치, 물리치료사까지 전문가가 붙었다. 이전까지는 이상헌 코치가 운전에 선수 마사지, 선수들 식사까지 혼자 책임졌다. 이상호는 이후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정상을 노크하는 선수로 자라났다.
이상호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투자가 없다면 다른 설상 종목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방증하기도 한다. 프리스타일 스키 에어리얼 대표팀의 경우, 공중동작을 익히기 위한 점프대 등 훈련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해외 시설을 빌려 훈련해야 했고, 해외 훈련마저도 예산 제약 탓에 충분한 기간 동안 하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다.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주인공 선수들이 평창에서 여섯번째 올림픽을 치른 이면에는, 그들을 능가해 출전권을 따낼 후배들이 아직 없다는 현실이 있다.
그나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전종목 출전’을 위해 세부종목 대표팀이 꾸려지고 지원도 있었다. 많은 한국인 관중들의 큰 환호 속에 경기를 치르는 경험도 처음으로 하게 됐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잊지못할 경험을 했다는 기쁨만큼이나 앞으로도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팬들에게 방송을 통해 모습을 보일 기회가 적었던 것도 설상 선수들에게 아쉽기만 하다. 방송사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인기 종목 위주로 중계를 편성하면서, 한국 설상 종목 선수들의 활약상은 쉽게 보기 어려웠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장면이 거듭 재방송으로 전파를 타고, 컬링 경기가 장시간 중계되며 ‘영미’ 신드롬이 일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선수들이 자주 눈에 띄이다 보면 팬들은 관심을 보이게 되고, 자연스레 크고작은 투자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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