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사인해달라고 하면요? 해주는 대신… 뭐 얻어먹거나 해야겠죠?”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정재원(17·동북고)의 답변은 솔직했다. 서로에게 건네는 칭찬이 낯간지러울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정재원은 동갑내기 학교 친구들로부터 ‘멋있다’는 얘기를 이번 올림픽에 나와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개학해서 학교 가면, 저에 대한 친구들의 시선이 좀 달라져있지 않을까요?”
정재원이 내심 기대할만큼, 그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활약은 빛났다. 열세살 차이나는 선배 이승훈(30·대한항공)과 함께 팀을 이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따냈고,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도 올랐다. 이승훈이 첫 금메달을 따는데 정재원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승훈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함께 출전했던 정재원을 찾아 함께 손을 잡고 코스를 도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정재원은 “팀 선배 이승훈의 금메달에 일조하게 돼 기뻤다”며 “함께 손을 잡고 경기장을 돌았던 것도 고마웠다”고 했다.
정재원에게 이승훈은 ‘좋은 형’이면서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 정재원은 이승훈에 대해 “사실 나이차를 따지면 삼촌이라고 하는 게 맞긴 한데…”라며 말을 흐렸지만, “승훈이 형이 엄청 편하게 대해준다”고도 했다. 정재원은 “승훈이 형이 저에게 사이클도 사준다고 했다”고 웃으면서도 “형이 운동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괜히 세계랭킹 1위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같이 운동할 때 그런 점들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이승훈과 김민석(19·평촌고)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정재원은 “다음 올림픽 때는 형들에게 도움을 줘서 팀 추월 1위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매스스타트 말고도 주종목인 5000m에 주력하고 싶다”며 “개인종목에서도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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