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의 의의는 메달이 아니라 참가에 있다”고 했다. 빼어난 연기, 놀라운 기록을 선보이지 않아도, 올림픽 무대에 도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올림픽 정신’을 실현하며 감동을 주는 선수들이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런 선수들이 있었다.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나이지리아 대표 선수들이었다. 영화 <쿨러닝>의 소재가 된 1988년 캘거리 올림픽 때 봅슬레이에 출전한 자메이카 남자 봅슬레이팀처럼,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 나이지리아는 봅슬레이 여자 2인승, 스켈레톤 여자 경기에 선수를 내보냈다. 물론 성적은 좋지 않았다. 0.01초 차이로 승부가 걸리는 썰매 경기에서 봅슬레이2인승팀은 선두와 7초15 차, 스켈레톤 여자 대표 시미델레 아데아그보(37)는 선두와 9초50 차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봅슬레이 2인승 파일럿(썰매 조종수)인 세운 아디군(31)은 “우리는 나이지리아와 아프리카의 미래를 위한 준비작업을 한 것”이라며 “세계인들에게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선수들은 한국과 인연이 깊었다. 싱가포르의 쇼트트랙 여자 선수 샤이엔 고(19)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이경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말레이시아 피겨스케이팅 남자 선수 줄리안 즈제 이(21)는 열대 국가 동계올림픽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강원도의 ‘드림프로그램’을 2009년 받았다. 샤이엔 고는 여자 1500m에 출전했지만 예선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동계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되도록 새 길을 닦았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줄리안 즈제 이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5위에 그쳐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치르지는 못했지만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동계스포츠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나의 스켈레톤 대표 아크와시 프림퐁(31) 역시 출전 선수 30명 중 최하위로 올림픽을 끝냈지만, 레이스를 마친 후 선보인 흥겨운 춤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게 위해 진공 청소기 외판원 생활도 했던 프림퐁은 “아프리카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목표”라고 밝혔다.
통가의 ‘근육맨’ 피타 타우파토푸아(35)는 평창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상의를 탈의한 채 개·폐회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태권도에서 크로스컨트리로 종목을 전향하는 모험도 해야 했다. 남자 15㎞ 경기에서 114위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페막식에서 윤성빈·렴대옥(19·북한)·린지 본(34·미국)·고다이라 나오(32·일본) 등과 함께 손가락 하트를 선보이는 등 평창 올림픽을 대표하는 스타 중 하나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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