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최다 우승팀의 영예가 사라진 지도 꽤 됐다. 두 시즌 전 프로출범 후 처음 봄배구 좌절을 맛본 삼성화재는 올 시즌에도 봄배구 탈락 위기에 놓여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선수단만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는 20일 현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16승15패, 5할을 조금 넘는 승률로 승점 46을 쌓았다. 남자부에서는 4위를 차지해도 3위 팀과 승점 3 이내의 격차를 유지하면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위치는 3위 현대캐피탈(승점 59·22승9패)보다는 5위 OK저축은행(승점 43·14승17패)과 더 가깝다.

지난 1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경기. 서브 득점에 성공한 삼성화재 타이스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경기. 서브 득점에 성공한 삼성화재 타이스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화재는 2016~2017시즌 프로창단 후 처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나, 지난 시즌 신진식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시즌 2위에 올라 자존심을 회복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살림꾼 류윤식이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 팀에서 빠졌으나 빈 자리에 자유계약선수(FA) 송희채를 영입했다. 외국인 타이스 덜 호스트와 재계약하며 박철우와의 쌍포도 유지했고, 지난해 여름 KOVO컵 우승도 품에 안으며 다크호스로 꼽혔다.

그러나 초반부터 순위 싸움에 애를 먹었다. OK저축은행과 우리카드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중상위권으로 치고나갔다. 강점이던 수비가 흔들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개인 리시브·수비(리시브에 디그 포함) 부문 1위였던 류윤식의 희생을 바탕으로 팀 리시브 효율 1위(44.03%)를 기록했다. 정확한 서브리시브를 바탕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던 전 시즌의 모습은 올 시즌에 사라졌다. 팀 리시브 효율이 중위권인 39.67%까지 떨어졌다. 데뷔 시즌 6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선보였던 송희채는 올 시즌 개인 통산 가장 낮은 리시브 효율(46.03%)을 기록하고 있다. 리시브가 불안하니 경험이 부족한 김형진-황동일의 세터진도 흔들렸다.

강팀들이 삼성화재를 강서브로 흔드는 동안 삼성화재는 서브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한국전력과 함께 세트당 서브득점이 1점을 넘지 못하는 ‘유이’한 팀이다. 약점은 팀간 승패로도 드러났다. 서브가 약한 한국전력을 상대로는 지난 19일 경기를 포함해 6전 전승을 달렸으나 강서브를 자랑하는 대한항공·OK저축은행에는 1승4패로 부진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범실이 나오는 경기가 반복되면서 추격의 동력을 상실했다. 4라운드를 3위와 승점 6차인 4위로 마쳤을 때만 해도 추격의 여지가 있었지만, 삼성화재는 5라운드를 1승5패로 마치며 무너졌다.

이제 삼성화재는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 뒤 상위 팀 중 한 팀이 부진에 늪에 빠져야 봄배구 진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진식 감독과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19일 주포 박철우와 센터 박상하가 빠진 와중에서 한국전력에 3-0 승리를 거둔 이후 “어떻게든 전승을 하겠다는 각오로 6라운드에 임하겠다”고 했다. 송희채는 “시즌을 치르면서 우리 팀이 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여러차례 놓친 것은 맞지만, 아주 작은 확률이라도 살려보고자 선수들끼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