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양효진(오른쪽)이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박정아, 정대영의 마크를 뚫고 공격하고 있다. 수원 이석우 기자

 

“이제 팀의 레전드로 입지를 굳혀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센터 양효진(31)을 ‘전설’이라 추켜세웠다. 그럴만도 했다. 양효진은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도로공사전에서 11점을 추가하며 통산 5501점을 기록했다. 여자부 최다 득점 기록을 매 경기 경신중인 양효진은 여자 선수들 중 가장 먼저 5500득점 고지에 올랐다. 5400득점까지만 해도 팀 동료이자 선수경력이 더 오래된 황연주(현대건설)가 먼저 차지했었다. 남자부에서도 박철우(삼성화재)만이 다다른 고지에 양효진이 우뚝 섰으니 전설이란 표현은 허언이 아니었다.

이도희 감독은 “득점이든 블로킹이든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역할을 알고 있고,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철저히 몸관리하며 제 역할을 잘해준다”는 말로 칭찬을 이어갔다. “현대건설 들어와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다. 현대건설하면 양효진을 빼놓을 수 없다”는 말도 보탰다.

센터는 날개 공격수만큼 많은 득점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후위로 빠지면 보통 리베로와 교체되기에 날개 공격수보다 코트에 있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빼어난 날개 공격수들이 많지 않았던 팀 사정에 양효진이 많은 득점을 책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m90의 장신을 이용해 빈 곳을 척척 찾아 영리하게 공을 찔러넣는 플레이가 그만큼 위협적이고 효과적이기도 하다.

양효진의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영상이 경기장 전광판에 나오고 팀 동료들도 양효진을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양효진은 알아채지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로 들어와서야 기록 달성 소식을 겨우 알았다. “제가 시야가 좁네요.” 너스레를 떤 양효진은 “실감은 잘 안나지만 코트 안에서 오래 뛰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은퇴하고나서도 제 득점기록을 넘는 선수가 생기긴 할텐데, 센터로는 통산 득점 순위표에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양효진은 신인 때부터 공격 기회를 많이 받았기에 득점하는 센터가 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양효진은 “신인 때 홍성진 선생님(감독)이 ‘희한하게 때리는 데 점수가 많이 날 것 같다. 얘는 무조건 공격을 시켜야한다’고 확고하게 생각하셨다. 저도 덕분에 어려서부터 편하게 경기를 했다”며 “뒤를 이은 감독님도 제 공격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셔서, 제가 잘 할 수 있는걸 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40득점을 한 경기’를 꼽았다. 2013년 1월26일 성남에서 열린 도로공사전이었다. 양효진은 “유튜브를 통해 경기 영상을 다시 봤다. 그날 경기 전 어떻게 준비했는지, 시합을 어떻게 했는지가 다 생각난다”며 “지금 와서 보니 어린 나이다보니까 몸이 좋았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많이 점프할 수 있고, 상대 공격도 다 블로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뛰었다고 했다.

7년 전의 신체 능력은 이제 없지만 양효진은 관록으로 이를 메워가고 있다. 여전히 눈을 뜨자마자 보강운동을 하며 경기를 준비한다. 요즘들어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효진은 “은퇴 시기를 정해두지는 않았다. 13시즌을 뛰었는데, 앞으로 더 13시즌을 뛸 것 같지는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것뿐”이라며 “앞으로 기록을 더 늘려갈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수원|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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