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청사 전경.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가 새해 돌입했던 준예산 체제를 멈추고 구의회에서 의결했던 2025년도 예산안을 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대문구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던 예산안 재의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어 구청과 구의회 간 갈등은 계속되게 됐다.

서대문구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구민의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즉시 준예산 체제를 중단하고 7865억원 모든 예산을 정상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12월17일 서대문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을 합의했음에도 3일 뒤인 12월20일 구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예산안 수정안을 기습적으로 발의해 처리했다며 반발했다. 수정안은 6개 사업 예산이 과도하다며 관련 예산을 약 49억원 삭감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구의회는 15석 중 8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12월24일부터 예산안 재의를 6번 요구했고, 임시회 개의도 4번 요구했으나 이후 구의회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의요구를 하면 10일 이내 재의에 부쳐야 하지만, ‘10일 이내’의 기간에 휴회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서대문구는 지난달 3일 준예산 체제에 돌입했다. 준예산은 다음회 예산안이 의회에서 의결되지 않을 경우 전년도 최종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적 예산을 뜻한다. 지난달 20일에는 이성헌 구청장이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개 사업에 298억원을 우선 집행한다고도 밝혔다.

서대문구는 이날 “구의회가 오늘 예정했던 305차 임시회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미개회를 통보했다”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예산을 정상 집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대문구의 준예산제 중단을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서대문구의 준예산 체제가 ‘준예산 요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가 구의회의 예산안 의결에 반발해 재의요구를 했지만, 예산안이 어떤 형태로든 의결됐기 때문에 준예산 체제가 적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청과 구의회 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행사한 재의요구는 예산 정상화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의회가 재의결을 수용할 때까지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겠다”고 했다.

김양희 서대문구의회 의장(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구의회 의사 담당 직원 9명이 전부 서대문구청으로 복귀한 상황이라 의회를 열 수 없다”며 “구의회 마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할망정 구청장은 이를 핑계, 남 탓으로 치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준예산을 철회하면서도 구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안 재의요구는 철회하지 않았다.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구청은 준예산이라는 혼란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구민에게 먼저 사과하고 불합리한 재의요구도 철회한 뒤 구의회와 추경(추가경정예산) 등을 논의해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