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토부, 시범지구 지정 해제
ㆍ양천구·주민들 반대로 포기
ㆍ잠실·송파도 취소 가능성

서울 양천구 목동 유수지에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지으려던 국토교통부의 시범사업이 주민 반대에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이를 27일 관보에 고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양천구, 지역주민 등과 행복주택 건설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지 2년여 만이다.

2013년 국토부는 목동 유수지 10만4961㎡에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1300가구를 짓겠다며 그해 12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해당 지역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했다. 

목동을 포함해 서울 공릉(100가구), 오류(890가구), 가좌(362가구), 송파(600가구), 잠실(750가구)과 경기 안산 고잔(700가구) 등 모두 7곳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지구지정 전부터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목동 주민들과 양천구는 “목동은 고밀도 개발이 이뤄졌고 교통 정체도 심해질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정부는 건립 가구수를 축소하는 등의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양천구는 정부를 상대로 행복주택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국토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해제함에 따라 양천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지구지정 취소 소송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양측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내에 다른 대체 부지를 찾는 등 행복주택 취지에 맞는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목동 지정을 해제하면서, 역시 주민 반대가 심한 잠실(잠실 유수지)과 송파지구(탄천 유수지)도 지구지정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파구는 조만간 국토부에 지구지정 취소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에서 요청을 해오면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유수지에 짓기로 했던 행복주택이 모두 철회되는 것이어서 행복주택 시범지구 사업 규모는 절반 이하(4702가구→2052가구)로 축소된다.

목동에 이어 송파지역의 행복주택까지 지구지정 해제 가능성이 커지면서 ‘철도부지나 유수지’를 개발해 짓기로 했던 당초 행복주택의 모습도 크게 달라지게 됐다. 국토부는 주민 반대 등을 피해 최근에는 행복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한 공공택지나 지자체 보유 그린벨트 등지에 짓고 있어 신혼부부나 대학생 등을 위해 도심 역세권에 공급하는 당초 행복주택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