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키움선수 제리 샌즈. 이석우 기자

 

키움에서 뛰며 올해 타점왕에 오른 제리 샌즈, 삼성에서 3년을 보낸 다린 러프가 2020시즌 한국을 떠나게 됐다. 이들같은 전형적인 거포보다는 빠른 발과 다재다능함을 무기 삼은 타자들이 빈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29일 현재 KBO 10개 구단 중 두산과 LG, KT를 뺀 7개 구단이 외인 타자 영입을 마쳤다. SK가 제이미 로맥, KIA가 프레스턴 터커, 한화가 제라드 호잉과 재계약했고 다른 4개 구단은 타자 교체를 단행했다. 2019년 각종 개인 타이틀 상위권에 올랐던 샌즈와 러프를 교체한 키움과 삼성의 변화가 눈에 띈다. 키움은 샌즈의 빈 자리에 내야 전포지션 및 좌·우익수 수비가 가능한 유틸리티 선수 테일러 모터를 데려왔다. 삼성도 러프 대신 내야수 타일러 살라디노와 계약했는데, 거포라기보다는 2·3루수에 유격수까지 소화 가능한 중장거리포로 평가받고 있다. 주전 3루수였던 이원석을 1루수로 돌리고 살라디노를 3루수로 쓴다는 기용 방침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3개 구단의 계약이 남아있긴 하지만, 연말까지 계약한 선수들을 보면 일발장타가 가능한 거포보다 빠른 발, 중장거리 타구가 많다는 평가를 받은 타자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현재 계약을 마친 외인 타자들 중 ‘전형적인 거포’라고 할만한 선수는 로맥 정도다. 호잉과 터커도 중심타선 활약이 가능하지만 홈런보다는 2루타 생산에 능하고 발빠른 타자들이다. 그나마 NC와 새로 계약한 애런 알테어가 빠른 발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 파워를 갖춘 선수로 평가 받는 정도다. 알테어는 빅리그에서 뛸 때는 콘택트 능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BO 외인 계약 총액 상한선(계약 첫 해 기준) 100만달러가 생기면서 외인 타자를 재계약하기보다 새로 데려오는 모양새가 됐다. 구단들은 한국 무대 연차가 쌓이면서 몸값도 오른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하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대에 기회를 찾아 한국 무대를 찾는 선수들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들면서, 파워를 앞세운 선수들보다는 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들에게 비교 우위가 생겼다. 파워와 콘택트 능력을 동시에 갖춘 외인 타자는 적정선의 금액을 주고 데려오기 힘든만큼, 파워는 모자라도 콘택트 능력은 갖춘 선수들의 한국행이 보다 수월하게 성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단 전 평가와 달리 한국에서 ‘파워 포텐셜’을 터뜨려 거포 타자 못지 않게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NC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에릭 테임즈도 한국에 오기 전 ‘중장거리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고, 올해 홈런수가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30홈런을 친 호잉도 마찬가지 경우였다. KT와 재계약 협상중인 멜 로하스 주니어는 한국에서 뛰며 몸을 키워 장타력을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