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보고·처리를 위한 1·2일 국회 본회의가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정으로 열리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김 의장이 오는 8·9일 본회의 개의 의사를 밝힌 만큼 예산안 협상 후 해임건의안 및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의장이 “8·9일 본회의를 열겠다”며 이날 예정된 본회의를 열지 않은 데 대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한 국회의장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민주당은 지난 1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보고되면 2일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김 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다음 주 3단계(탄핵소추)로 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8·9일 본회의에서 이상민 장관에 대한 인사 조처를 마무리하기 위한 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원내대변인은 “(이 장관 해임건의·탄핵소추) 논의 자체가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어떤 방법으로 (인사 조처를)할 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확대간부회의 및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및 탄핵소추안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다음주 중반에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최종적인 뜻을 모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에 윤석열 정부가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핵소추 절차를 밟으려는 방침을 세웠으나, 전날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박 원내대표가 해임건의안 처리 없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탄핵소추안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고민으로 작용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단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이끌게 돼 원활한 심판을 장담할 수 없다.

 

탄핵소추안 처리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이 장관 탄핵을 원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며 “이 장관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후폭풍은 모조리 당이 뒤집어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다음 주 초에는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를 위해 몰두하고, 해임건의안을 8일 본회의 보고 후 9일 표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로부터 24시간 후, 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민주당이 ‘1일 보고-2일 처리’를 강하게 주장했던 이유다. 김 의장이 본회의 일정을 8·9일로 못 박은 것은 해임건의안을 민주당이 처리할 공간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임건의안을 쟁점으로 장기간 두는 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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