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흥국생명은 지난 17일 IBK기업은행과의 화성 원정경기를 대표팀 선수 없이 치렀다. 3-0 완승으로 따낸 승점 3점만큼 값진 성과도 얻었다.
양 팀 최다인 20점을 올린 외인 루시아 프레스코가 부상 이후 모처럼 페이스를 끌어올린 것도 승리의 원동력이었지만, 신인 레프트 박현주(18)의 활약도 흥국생명에겐 커다란 소득이었다.
박현주는 이날 루시아와 김미연(11점) 다음으로 많은 7점을 올렸다. 숫자사랑으로는 특출난 기록은 아니었다. 날카로운 서브를 바탕으로 원포인트 서버로 주로 기용되던 박현주가 이날 낸 서브득점은 2점이지만 자신의 장기인 서브를 잘 살려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세트 20-16으로 앞선 상황에서 이날 처음 투입돼 연속 서브 득점으로 팀이 기선을 제압하는 데 일조했다. 2세트 7-12로 뒤지던 상황에서 다시 투입된 박현주는 서브득점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리시브를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교란하며 팀이 11-12로 추격하게 도왔다. 21-19로 앞선 상황에서 다시 박현주가 서브권을 얻었고, 흥국생명은 박현주의 강서브에 이은 끈질긴 수비와 루시아의 결정력을 바탕으로 4점을 잇달아 뽑아내 2세트마저 승리로 끝냈다.
박현주는 3세트는 아예 선발로 투입됐고 오픈공격과 시간차까지 자유자재로 성공시켰다. 호흡이 맞지 않아 공 처리를 미루다가 실점한 기업은행과 달리 흥국생명이 끈질긴 수비를 선보인데는 박현주의 역할도 컸다. 박현주는 원포인트 서버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경기 전후 “리시브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많이 받아봐 또래들보다는 좋다”며 “공격도 곧 잘하고, 무엇보다 근성이 좋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이 박현주에게 아쉬워하는 점은 배구선수 치고 작은 키(176㎝)다. 그러나 박현주는 강한 서브와 리시브를 강점 삼아 주전 선수로 도약한 문정원(27·한국도로공사) 같은 선수로 자리잡기를 꿈꾼다. 문정원(174㎝)도 역시 신장이 크지 않지만 강서브와 리시브를 특화시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문정원과 박현주 둘다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으로, 왼손잡이에 빠른 서브를 자랑한다는 점도 같다. 박현주 스스로도 자신의 롤모델을 문정원으로 꼽으며 “저랑 체격조건이 비슷하면서도 다방면으로 능력이 출중하신 것 같다. 많은 점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는 “경기장에서 적응훈련하며 땀흘리고 나면 크게 긴장이 안된다”면서도 “아직 팀에서 같이 훈련하면 언니들이 답답해하면서도 많이 가르쳐주신다. 잘 듣고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이 수비를 칭찬했음에도 “아직 리시브와 캐치하는 자세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현주는 “팀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았으면 했는데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도 기회를 받았을 때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제 몫을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다현(현대건설)과 권민지(GS칼텍스) 등 다른 팀 신인선수들이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가운데, 박현주도 또다른 무서운 신예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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