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호잉. 연합뉴스

 

지난 14일 롯데가 외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KBO리그에서 5년 이상 활약한 선수를 2020시즌에는 보기 어려워졌다. 15일까지 내년도 계약을 확정한 외인 선수 22명 중 한국무대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각각 네번째 시즌을 치르게될 제이크 브리검(키움)과 제이미 로맥(SK)이다. 원소속팀과 재계약이 유력한 선수들 중에서는 멜 로하스 주니어(KT)와 다린 러프(삼성)가 상대적으로 한국 경험이 많지만 한국 데뷔년도는 2017년으로 브리검, 로맥과 같다.

2019시즌을 앞두고 더스틴 니퍼트, 헨리 소사 등 커리어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선수들이 노쇠화와 맞물려 나란히 원소속팀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어 레일리뿐 아니라 조쉬 린드블럼(전 두산)이 밀워키와 계약하고 올해 시즌 도중 SK에 영입했던 소사가 내년 대만행을 택하면서 또다른 ‘친한파’ 외인들이 한국을 떠나게 됐다. 외인 3명을 모두 교체하기로 확정한 팀은 롯데뿐이긴 하지만, 외인 3명과 모두 재계약을 확정한 구단 또한 한화 말고는 없다.

지난해 외인 교체바람이 ‘계약 총액 100만달러’ 제한에 일부 선수들의 세금 문제가 겹쳐 발생한 것이라면, 올해는 100만달러 제한에 더해 KBO가 해외,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 경로로 전보다 각광받으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9시즌을 앞두고 처음 적용된 외인 계약 금액 제한 조치에 외인 선수 수준이 낮아지고 선수 수급도 어려워지리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 계약금액에 상한선이 생긴 덕에 구단과 외인 선수간의 ‘밀당’이 없어졌고, 외인 구성이 빨라지면 빨라졌지 더뎌지진 않았다. 수준급 외인 선수들은 2019시즌에도 여전히 각종 개인 기록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원 소속팀과 재계약하는 외인 선수들은 100만달러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구단들은 100만달러 안팎으로 다른 선수를 영입해도 충분히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다고 판단했고 구단 운영의 효율성에 신경쓰며 한국 경험에 기대는 비중이 줄었다. 한국에 진출했다가 미국에서 자리잡는 에릭 테임즈(밀워키), 메릴 켈리(애리조나) 등의 사례가 생기자, 빅리그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던 선수들도 한국 무대를 성공의 또다른 전진기지로 생각하게 됐다.

한국에서의 활약 기간이 긴 선수들은 미국·일본 진출을 노리거나, 한국에 남더라도 전보다 더 나은 대우를 꿈꾼다. 올해 80만달러를 받다가 내년도 연봉 55만달러에 계약한 제라드 호잉(한화)처럼 외인 선수가 삭감된 액수에 재계약하는 건 매우 보기 드문 경우다. 만약 한국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린드블럼이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고, 이에 따라 KBO리그가 메이저리그 진출 경로로 각광받게 된다면 외인 선수들의 이동 속도는 더 빨라지고 ‘KBO 터줏대감’은 더욱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