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해킹되었습니다

심나영·전영주·박유진 지음

사이드웨이 | 284쪽 | 1만8000원

쿠팡부터 통신 3사에 이르기까지, 이름난 대기업이 보유한 수많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해킹 때문에 유출됐다는 뉴스가 잊을 만하면 나온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도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중소기업의 피해를 잘 알 수 없는 건 그들이 ‘유명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원청 대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평판이 나빠져 회사 살림이 어려워질까봐’ 피해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다. 해커가 회사에 랜섬웨어를 깔아 고유 기술 등 고급 정보를 탈취하거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버린 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요구해도 중소기업들은 요구에 응할 뿐이다. 해커들은 매출 규모나 경제 상황을 따져, 보안에 취약하면서도 거액을 선뜻 줄 수 있는 제조업체를 해킹 대상으로 삼는다.

책은 해킹 피해를 본 기업과 관련 전문가들을 취재하면서, 한국 사회의 여러 약한 고리들이 한국을 해커들의 주요 표적으로 만들었음을 알린다. 상명하복 문화 속에서 이윤의 극대화만 추구하는 한국의 기업에, 투자해도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보안 비용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상용화, 중국 경기가 침체되자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해커들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린 상황 등은 해커들에게 ‘먹고사는 문제’인 해킹이 왜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한다.

해킹을 막기 위해서는 보안 체계를 구축한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같은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해킹을 당한 기업을 향한 ‘징벌적 조치’에만 관심이 많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한국은 해킹을 “치안 범죄”로 여기지만, 미국처럼 해킹을 “국가 근간을 위협하는 전쟁 행위”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