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1일 검찰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해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란 경고로 풀이된다. 신·구정권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대독한 입장문에서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당시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하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되었다”면서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다”고 밝혔다. 또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있게 제시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이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처럼 안보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감사원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서면 조사를 통보받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출한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윤 의원은 회견 후 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낸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의에 “국정감사와 지난한 과정을 통해 윤석열 검찰의 무리한 정치보복 수사에 대해 많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계속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성 수사를 자행한 데 대한 생각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했느냐는 질문에는 “소환 거리도 아니고, 순전히 정치보복을 위한 검찰 수사”라며 “물리적으로 연락온 것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서 전 실장이 이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수사 여부에 대해선 “가정적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최고책임자인 서 전 실장이 구속되면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 이후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사실 바뀐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감사원·검찰은) 자료가 삭제됐다고 주장했지만 자료 삭제도 없던 것으로 수차례 드러났다”며 “팩트가 바뀐 것이 없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결론이) 6개월 만에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입장을 내면 자신이 최종책임자라는 해석이 된다’는 취재진 질의에 “해석의 영역으로 보인다. 제가 말씀드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수사 당위성을 강조하고 감사와 수사에 속도전을 폈던 만큼 문 전 대통령의 공개 반발에 신·구정권 및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서해 피격사건 입장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을 묻는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실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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