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일이 급할 때 가까운 화장실을 찾아 해결하는 일. 다수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고도의 계획이 필요한 일이다. 콜센터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화장실행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누구든 제약 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오줌권’은 인권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화장실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정치적인 공간입니다… 이 사회의 중심이 누구인지, 그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보여줍니다.” 1970년대 초반까지 국회의사당에는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 여성 의원이나 국회 노동자들이 ‘예외적인 소수’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장애인 화장실이 비슷한 처지다.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들어갈 공중화장실도 찾기 어렵다. 이들은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 볼일을 참거나 물을 적게 마시고, 방광염이나 요로감염을 만성으로 달고 산다.
서울보다 장애인의 화장실 이용이 편한 곳이 세종시다. 도시를 설계할 때 장애인과 노약자의 화장실 접근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동권이 시민의식이나 배려보다 ‘설계의 결과’임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타인의 선의에만 기댈 필요 없이, 법·정책의 변화로 모두가 오줌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을 늘리자는 주장엔 비용 문제 같은 반론이 따라붙는다. 저자는 “그대로 둘 때에도 비용이 발생한다”며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 사람이 약속과 수업과 일을 포기하고, 질병이 악화되고, 기관이 반복 민원에 대응하는… 사회가 개인에게 떠넘긴 비용”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화장실 기본법 제정을 제안한다. 공중화장실, 학교나 건설 현장 내 화장실 등은 각자 다른 법이 규율한다. 기본법을 통해 화장실 관리·책임 주체를 하나로 정하고, 화장실이 갖춰야 할 조건을 구체화하면 모두의 오줌권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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