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7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일식집에서 회사원 이모씨(39)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가 일식집에 들어오기 전 음주운전을 했다는 신고가 있었고,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 농도가 0.141%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1월 이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재판에서 무죄로 결론났다. 이씨가 붙잡힌 일식집 주인이 재판 증인으로 나서 “그가 음주측정을 하기 전에 우리 가게에서 이미 소주를 한 병 마신 상태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식집에서 술을 마신 이후에 음주측정을 했고, 혈중알코올농도 0.141%는 일식집에서 마신 술까지 측정된 수치라는 것이다. 법원은 음주측정 결과를 “이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약 10개월이 지난 뒤, 이씨는 총 10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그가 무죄를 받은 근거가 된 일식집 주인의 증언이 거짓이었고, 주인은 이씨가 부탁한대로 위증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양우진 판사는 위중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일식집 주인 이모씨(43)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회사원 이씨는 음주측정을 받은 지 약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11일 다시 일식집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그는 일식집 주인 이씨에게 ‘내가 밖에서 운전을 하고 온 이후 일식집에서 소주 1명을 마신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라고 부탁했다. 또 회사원 이씨는 그해 11월8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주인 이씨와 함께 그의 가게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법원으로 가면서도 ‘(이전에 썼던) 사실확인서 내용대로 말하라’고 부탁을 했다.
결국 재판에서 주인 이씨는 피고인 회사원 이씨의 변호인이 “이씨가 소주 1병을 먹고 추가로 1병을 더 시킨 것이 맞나요”라고 묻자 “제가 갖다드려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사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이씨가 일행들과) 술병을 막 따기 시작한 참이었다고 하는데 어떤가”라고 묻자 주인 이씨는 “처음에는 이씨가 혼자서 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가 후에 일행들이 올라와서 테이블 4인석에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판사가 “피고인이 혼자 소주 1병을 시켰고, 추가로 1병을 더 가져갔을 때는 소주병이 비어있었나”고 물었을 때는 “제가 병을 갖다드리면서 1병이 비어있는 걸 확인했다”고도 했다. 또 “그 이후 일행이 와 테이블로 옮겼고, 경찰관이 이후에 왔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결국 회사원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판결문에 주인 이씨의 증언 내용을 적시했다. 판결문은 “(주인) 이씨의 진술은 피고인의 주장 중 적어도 운전 이후에 추가로 술을 마셨다는 점에 부합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음주운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회사원 이씨가 1심에서 “음주 측정하기 전 일식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한 바를 믿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씨의 음주운전 신고가 접수된 시간이 오후 9시49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시간이 오후 9시56분이라는 점을 들었다. 당시 회사원 이씨는 음주운전으로 일식집 근처까지 이동한 뒤 근처 치킨집에 차를 대다가 치킨집 손님과 시비가 붙어 싸웠다. 이때 이씨와 싸운 상대방은 이씨의 얼굴이 빨갛고 혀가 꼬여있다는 점을 보고 경찰에 음주운전 신고를 하게 된다. 이후 이씨는 일식집에 일행들과 들어가게 되고 경찰은 이를 따라 이씨를 찾으러 일식집에 들어왔다. 이 일이 7분 사이에 벌어졌는데, 재판부는 7분 사이에 이씨가 소주 1병을 다 마셨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또 회사원 이씨와 그 일행들, 일식집 주인 이씨 등의 증언이 엇갈리는 점도 지적했다. 회사원 이씨는 본인이 혼자 술을 마시다가 다른 일행들과 합류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씨의 일행이던 배모씨는 “이씨가 자신과 둘이서 술을 마시다 일행과 합류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렇게 진술 간에 회사원 이씨가 술을 마시던 장소와 동석한 사람의 숫자 등 차이가 났고,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지난 7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원 이씨는 이에 대해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지난 9월 말 이씨가 상고를 취하하면서 벌금형이 확정됐다. 서울동부지법 관계자는 “2심에서 유죄판결이 있은 직후 1심 증인이었던 일식집 주인 이씨의 위증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손님과 일식집 주인은 함께 기소됐고 나란히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사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해 이들의 형량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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