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야당은 22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첫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을 묻자 “송구하다”며 정부에 유가족 요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유족) 기자회견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유족과 접촉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와 관련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힘이 국정조사특위 명단을 먼저 제출하면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제안에 대해 “진전된 안”이라면서도 23일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기자회견 소식을 알리며 “무게를 가늠키 어려운 말씀에 정치인으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족이 촉구한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등 6가지 요구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며 “국회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그동안 국회의 요구에 귀 닫고 눈 감은 정부여당이 유족의 울부짖음만큼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책임있는 자세로 10·29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 시작은 재난 주무부처의 최고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과 국정조사에 대한 협조”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유가족 기자회견 후 긴급 대표단 회의를 소집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 절규 앞에 정치하는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며 “유가족들이 오늘 말씀하신 요청 사항들은 책임있는 정부라면 당연히 취했어야 할 일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게 “차일피일 국정조사를 미루려는 꼼수를 이제 멈추시고 국정의 공동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날 기자회견도 민변에서 유족과 접촉해서 한 것이고, 전날 정 위원장과의 만남도 유가족이 요청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이날 국정조사 실시 조건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제안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추진 검토’에 대해 “전향적이라고 평가한다”며 “국민의힘이 제안한 ‘예산안 처리 직후 국정조사 본격 실시’에 대해서는 사전 준비과정을 먼저 거친 다음에 진행할 수 있겠다고 (우리당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특위 명단을 먼저 제출하면 예산안을 처리한 뒤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진전된 안을 내놨다고 본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요구한 이날 오후 6시까지 명단 제출에 대해선 “그건 안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특위 구성을) 받기로 결정을 해야 명단을 내는 건데, 구체적 조건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최종안을 일단 받아본 뒤 내일(23일) 의원총회를 열어서 의원들 의견을 취합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