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난민 신청 기각’ 이유로 한국 체류비자 거부당한 나이지리아인
나이지리아인 남성이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가 기각됐다는 이유로 한국 체류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그는 국내에서 유학 중인 알바니아인 아내의 출산과 산후조리를 위해 아내의 체류기간 동안만이라도 비자를 발급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아내는 남편의 비자 발급이 인도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로 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30대 초반 나이지리아인 ㄱ씨가 주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 라고스 분관에 동반(F-3)비자를 신청했으나 지난달 31일 거절당했다”며 “대사관 측은 ㄱ씨가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ㄱ씨는 2013년 한국에 와 난민 신청을 했다. 당시 나이지리아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무차별 공격을 가하던 때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월 “난민으로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며 난민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ㄱ씨는 난민 인정을 기다리던 중 배우자를 만났다. 알바니아인 법률가로 2014년부터 한양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동갑내기 ㄴ씨이다. ㄴ씨는 학교를 다니며 한 공익법률사무소에서 난민 신청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ㄱ씨를 알게 됐다. 지난 9월 ㄱ씨가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자 둘은 혼인신고를 했다. 난민 신청자에게 법무부가 부여하는 임시 체류 허가를 바탕으로 결혼이 가능했다. 이어 이달 초 둘 사이에 쌍둥이가 생기자 ㄱ씨는 비자를 신청했다.
임시 체류 허가 기간이 내년 4월로 끝나는데, 곧 출산할 쌍둥이를 아내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 돌보길 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내는 평소 심한 빈혈을 앓고 있고, 임신 중인 쌍둥이에게도 탯줄을 통해 두 태아에게 균등하게 공급돼야 할 혈액이 한 태아에게 몰리는 병이 발견돼 보호자가 필요하다.
ㄱ씨가 신청한 F-3비자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비자가 발급되면 ㄱ씨는 아내의 비자 만료 때인 2019년 초까지 함께 한국에 살 수 있다. 아내 ㄴ씨의 대학원 은사인 박 교수는 “ㄱ씨는 불법체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아내와 태어날 자녀들을 돌보기 위한 한시적 입국을 원하고 있다”며 “ㄱ씨는 불법체류를 한 적도 없고 범죄경력도 없어 ‘난민 신청 기각’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외교부 등에 ㄱ씨에 대한 비자 발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ㄱ씨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있는 한국대사관 본관에 지난 14일 비자를 재신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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