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14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가 14일 국민의힘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회 국정조사 참여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진상 규명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 대치 심화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12월2일) 내 처리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의장실에서 1시간 가까이 만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예산안 처리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이달) 24일 본회의에서 우리 당이 국정조사계획서 의결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고, 저희는 만약에 필요하다면 어느 시점에 가서 국정조사를 고려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신속한 강제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정쟁만 유발하고 수사를 방해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 중진의원 회동에서) 국정조사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장외투쟁까지 하는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호히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는 결론이 압도적 다수”라고 밝혔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예산안과 법안 심사에 방점을 두고 국회가 거기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저희는 국정조사와 법안·예산안 심사는 별개로 동시에 가능하다(는 입장)”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처음에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판단하자고 하다가 지금은 예산안과 법안 심사를 위해 나중에 판단하자는 것은 결국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국정조사를 안 하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공개적인 자료 검증과 증인 심문을 통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고, 여기서 나온 증언과 자료가 향후 경찰 또는 특검의 수사 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지도부는 회동장 밖에서도 국정조사를 두고 대립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진행 중인 국정조사·특별검사 도입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대해 “이재명 살리기를 위한 어거지(억지) 퍼포먼스”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의 역대 큰 지도자들 가운데 감옥에 안 가겠다고 당 전체를 자신과 꽁꽁 묶어서 버틴 사람이 누가 있었는가”라며 “이재명과 함께 자멸할 것인가, 국민 정당의 길을 갈 것인가. 이제 민주당이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수사에 대해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전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사건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책임자들의 형사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기 위해 반드시 셀프 수사가 아니라 특검이 필요하다”며 “국민들로서도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반드시 알아야하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신속하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청와대 영빈관 대체 장소 마련 예산·행정안전부 경찰국 관련 예산 등을 전액 삭감하려는 데 대해 “국민이 준 많은 수의 의석을 위기 극복이나 나라 발전에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대선 불복, 정권 발목잡기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가 예산은 허투루 쓰여서는 안 된다. 국민 혈세가 낭비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경제 위기 속에서 서민 등 취약계층의 삶을 보듬는 예산을 우선적으로 과감히 증액해야 한다”며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