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 국회’가 초반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회 다수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예산안 곳곳에 칼날을 들이댔고, 국민의힘은 대응책 고심에 빠졌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 예산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신설 권력기관 예산을 향한 칼질에 국민의힘 반발이 커졌지만, 국회 소수여서 해법이 마땅치 않다.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요구도 여당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 요인이다. 여당 내에선 법정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및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윤 대통령의 공약 이행 관련 예산을 중심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실제 지난 7일 외교통일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는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연회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편성한 ‘외교네트워크 구축 예산’ 21억7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 9일엔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가 행정안전부 경찰국 기본 경비 2억900만원과 인건비 3억9400만원을 전액 삭감했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활용 관련 예산 59억5000만원 삭감을 의결했다.
이밖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영빈관 신축예산 497억4600만원, 대통령실 이전 관리 예산 중 시설관리 및 개선사업 예산 29억6000만원 등은 대통령실 이전 추가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적극 감액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기본경비 5억5100만원, 검찰의 공공수사 사업 예산(44억1100만원)에 포함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등도 민주당이 문제삼은 예산들이다.
여야 간 극한 갈등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논의 시작 전부터 예견됐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사 방침을 밝히면서 “역대 최대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밝혔지만 권력기관 예산은 적극 반영됐다”며 “과도하게 증액된 부분에 대해 적극 감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모든 상임위에서 수적 열세로, 야당의 파상 공세에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오는 17일 시작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복구하겠다는 목표지만, 예산소위도 9 대 6으로 상대적 열세라 대응이 쉽지 않다.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요구로 예산안 논의 접근이 더 까다로워졌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특검 등 요구와 예산안은 별개라는 목소리가 크다. 원내 지도부의 A의원은 “(민주당이) 지역 화폐 예산 같은 것을 살려보고자 협상 카드를 내민다면 우리가 어떻게 받을 거냐의 문제”라면서 “협상이 아니라 ‘우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답이 없다”고 했다. 중진 B의원도 “예산 때문에 특검 요구를 받아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예산안은 그쪽(민주당) 예산안과 절충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보니 12월2일까지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C의원은 통화에서 “야당과 타협이 쉽지 않을 분위기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법정 시한인 12월2일은 물론,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법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불발시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상을 편성(준예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준예산 편성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다수 여론은 기한 내에 최대한 협상을 진행하자는 쪽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회동에서 예산안 처리 방안 등을 협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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