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추도행사 참석자 격감…‘탄생 100돌 사업회’ 참여자 이탈…구미시 홈페이지 ‘탄생 설화’ 삭제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37주기 추도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매년 열려왔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매년 참석해왔던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이 불참했다. 참석자는 2000여명으로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날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추도식의 참석자도 지난해 1000여명의 절반 수준인 500여명에 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한국 사회의 강고했던 ‘박정희 신화’에 균열을 내고 있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후광을 업고 당선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퇴진 국면에 이르자 박 전 대통령도 재평가되는 모양새다. 당장 현 정부 들어 구체화됐던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 사업들이 취소·축소되고 있다. 지난 2일 설립된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계획을 밝혔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추진위에 참여키로 했던 정치·학계 인사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부위원장인 유정복 인천시장, 자문위원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시민사회단체·학생들의 규탄을 받았다. 부위원장으로 참여키로 했던 이낙연 전남지사도 지난 7일 참여 방침을 철회했다.
구미시는 28억원을 들여 제작하려던 <박정희 뮤지컬>을 취소하고 박정희 추모 홈페이지에서 그의 ‘탄생 설화’를 삭제했다. 구미시가 1998년 홈페이지를 만든 뒤 개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북도, 구미시, 박정희 기념재단 등이 추진하던 ‘새마을 테마공원’ 등 총 1800억원 규모의 각종 박정희 기념사업들도 축소되는 분위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내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쓰이는 국정교과서로 학생들이 미화된 박정희 독재를 배우게 된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국정화폐기시민운동본부는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최순실 교과서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자신들을 ‘국정교과서 사용중지를 요구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 일동’이라고 밝힌 129명은 지난 7일부터 구글 문서를 이용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여 11일까지 2만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이번 게이트로 ‘박정희 신화’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사회학)는 “국민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 때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게 돼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박정희 신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 ‘박정희 신화’ 때문에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시민들이 다음 선거부터는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천정환 교수(국문학)는 “민주화가 성숙하지 못해 생겼던 ‘박정희 신드롬’이 이번 박근혜 퇴진 국면을 계기로 종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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