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공백사태로 촉발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에 재난관리기금 655억원을 추가로 지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까지 이미 지출한 기금(325억원)을 합하면 올해 서울시가 지출해야할 기금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한다. 재난관리기금 적립 취지 및 용처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재난관리기금 총 1712억원을 추가 투입하라고 요청했다. 이 중 서울시가 내야할 재난관리기금은 655억원이다.
재난관리기금은 각종 재난의 예방 및 복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하는 법정 의무 기금이다. 각 지자체는 최근 3년간의 지방세법상 보통세 수입 결산액 평균의 1% 이상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했다. 의료공백사태가 ‘보건의료 분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라는 재난상황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특례에 따르면 공공병원뿐 아니라 민간병원에도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올 9월까지 비상진료체계 지원 명목으로 이미 325억5000만원의 기금을 지출했다. 정부의 추가 지출 요구(665억원)로 시의 기금 지출규모는 980억원을 넘게 됐다. 이는 2023년 기준 서울시 전체 재난관리기금(8395억원)의 1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추가로 지출될 기금은 전공의가 이탈한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박 의원은 “재난관리기금은 자연재해나 대형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스스로 일으킨 의료대란의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무책임하고 모순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내에 병·의원 수가 많다 보니 정부의 재난관리기금 사용 요청액이 다른 곳보다 많다”며 “정부로부터 추후 사용한 재난관리기금 중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는지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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