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가을야구에서 베테랑의 경험이 젊은 선수들의 패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것 같았다. 베테랑이 빠진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메우는 것이 포스트시즌에서는 쉽지 않아 보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준PO)까지 4승(1패)을 거둔 넥센은 달랐다. 젊은 선수들의 존재감은 베테랑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도 넘쳤다.
준PO 최우수선수(MVP) 임병욱(23)의 활약은 그가 세운 기록들만 나열해도 알 수 있다. 타율 3할6푼4리(11타수 4안타)에 2홈런 8타점. 2차전에서 3점포 두 방으로6타점을 올리며 준PO 한 경기 최다타점 기록을 새로 썼고, 준PO 시리즈 최다 타점(8타점) 타이 기록도 세웠다. 지난 23일 4차전 8회말 터진 2타점 적시 2루타는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결정타였다.
넥센이 정상 전력이었다면 임병욱의 활약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넥센은 원래 이택근을 좌익수에, 이정후를 중견수에 넣는 라인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이택근이 지난 13일 정규시즌 최종전인 대구 삼성전에서 옆구리 통증을 느낀 후 포스트시즌에 뛰지 못하게 됐고, 고육책으로 임병욱이 외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후 임병욱의 활약은 이택근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안타 4개 중 3개를 장타로 만들어낸 힘도 놀랍지만 준PO에서 가장 많은 사사구(6개)를 얻어내고 누상에서 투수를 괴롭히는 능력도 발군이었다.
임병욱 외에도 베테랑들의 몫을 메꾼 젊은 선수들이 넥센에는 더 있다. 신인 투수 안우진(19)은 2차전과 4차전에서 총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가 실점없이 2승을 거뒀다는 것보다 경기 중반 등판해 막아준 많은 이닝이 더 보탬이 됐다. 정규시즌 내내 불안한 불펜이 고민거리였던 넥센은 준PO에서도 불펜투수들 중 필승조 이보근-오주원-김상수에게 유독 많은 책임을 지웠다. 마무리 김상수만 3차전에서 빠졌을뿐 이보근과 오주원은 준PO 1~3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이들이 준PO 4차전에도 올랐다면 넥센은 경기를 이겨도 플레이오프(PO) 투수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안우진이 오래 버텨주면서 넥센의 베테랑 계투들은 휴식을 얻었고 벤치는 고민을 덜었다. 한화의 타선에는 정근우, 이용규, 김태균, 이성열 등 큰 경기 경험이 제법 있는 베테랑들이 여럿 포진했지만 최고구속이 시속 150㎞가 넘는 안우진은 주눅들지 않았다.
넥센의 포수 김재현(25)도 우려와 달리 안방을 묵묵히 지켰다. 시즌 도중 일어난 불미스런 일로 주전 포수 박동원이 전력 외로 빠진 이후 김재현은 올 시즌 116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올 시즌 전까지 포스트시즌 경험은 2경기, 2이닝에 불과해 넥센은 고민을 안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제이크 브리검-에릭 해커의 호투를 이끌었고 4차전 이승호-안우진의 합작 호투도 리드했다. 4차전 3회말 1사 3루에서는 깜짝 스퀴즈번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감독이 지시하지 않았다. 선수와 3루 주루코치의 교감만으로 성공한 작전”이었다며 칭찬했다.
준PO에서 4경기를 치른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0.538)을 기록한 송성문(22)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 비결에 대해 “어린 선수들이 많다보니 오히려 선배들에게 기죽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것’이라는 우려를 선수들은 스스로 깼다. 한편으로 송성문은 “함께 그라운드에 뛰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며 박병호, 김하성 등 기존 주력 선수들의 존재감도 치켜세웠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의 힘이 더해지니 넥센은 정규시즌부터 적지않은 잡음과 풍파를 견디며 시즌 내내 외쳐온 ‘원 팀’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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