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죄렌 우르반스키·마르틴 바그너 지음 | 이승구·안미라 옮김 | 에코리브르 | 368쪽 | 2만5000원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 양상으로 해석되는 한국전쟁에 중공군이 개입했다는 역사를 배운 후 중국과 러시아는 한 몸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중·러관계 전문가인 저자들은 두 나라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듯 보이지만, 서로 나무나 다르다”며 “중·러관계는 줄곧 서로 동등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두 나라의 지도자들은 “무제한 우정”이나 “1만년 동안 굳건할 협력” 같은 수식어를 말하지만 이는 “역사적 경쟁 관계를 감추기 위한 것”이다. 동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아무르강에 “최근까지만 해도 다리 하나 없”었다는 사실은 가까운 듯 껄끄러운 두 나라 사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러시아의 사절단이 중국 베이징을 찾은 1618년부터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중·러관계를 설명할 만한 12번의 상징적인 사건과 그 전후사를 소개한다. 청나라를 대등한 외교 파트너로 생각했던 러시아와 달리 청나라는 러시아에 조공을 요구했을 정도로 둘은 이질적인 나라였다. 하지만 대륙 동쪽으로 확장하며 팽창하던 제국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나라는 새로운 적 앞에서 동맹을 이어갔다. 17세기에는 몽골 기마 유목민이었고, 지금은 미국의 경제 패권과 자유주의적 가치 체계다.
1950년 중·러 우호조약이 체결될 때만 해도 소련의 스탈린이 중국의 마오쩌둥을 무시할 정도로 힘의 우위는 러시아 쪽에 있었다. 지금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러시아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역전됐다. 이런 변화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두 나라는 상대를 의식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해 왔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 내 개혁 요구가 빗발치자 중국 정부가 톈안먼 사태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69년 아무르강 지류 우수리강에서 중·러 간 유혈 충돌이 발생하자 중국이 미국과 핑퐁 외교를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중·러관계는 친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들은 “중국은 러시아보다 G7(주요 7개국) 국가들과 훨씬 더 긴밀하게 경제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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