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신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강백호였지만 KT의 지난해 신인 1차 지명 선수는 투수 김민이다. 고졸 신인 타자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쓰고 대졸 포함 신인 최다 홈런 기록(30개·1996년 박재홍)에도 도전한 강백호의 화려함에 김민의 데뷔 시즌은 가려졌다.
그러나 김민도 나름의 성취를 이뤄냈다. 지난 7월27일 수원 LG전에서 프로 선발 데뷔전을 치른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거의 거르지 않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선발로만 9경기 나서 거둔 성적은 4승2패, 평균자책점 5.06.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 신인 투수는 양창섭(삼성·7승)뿐이다. 양창섭이 개막 전부터 선발투수로 낙점받고 김민의 2배인 18경기를 치렀다는 걸 감안하면 김민의 성취는 얕잡아 볼 수 없다.
지난 10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롯데전에서의 깜짝 호투는 김민에게 더 큰 희망을 안겼다.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이닝도, 탈삼진도 자신의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포스트시즌 막차를 타기 위해 갈 길이 바쁜, 전날까지 17경기에서 14승3패의 상승세를 탔던 롯데를 상대로 거둔 성과였기에 더욱 값졌다.
그런데도 경기 후 만난 김민의 얼굴에서는 기쁜 기색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상대 타자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포수 (장)성우 형 사인만 보고 던졌다”며 “매 타자가 오늘 처음 만나는 타자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해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런 무심한 듯한 모습이 호투의 비결인 듯 했다. 김민은 “2군에 있을 때는 어린 마음에 기록에도 많은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막상 1군에 올라오니 그런 것들을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운드에 섰을 때 많은 생각을 안하려고 한다”며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지만, 신인이니까 더 씩씩하게 던지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단순하고 씩씩한 피칭만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이날 경기에서 드러났다. 김민은 속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만 구사하고서도 롯데 타선의 공세를 무위로 만들었다.
마운드에서 생각했던 것은 단 하나. 경기 당일이 아버지 생신이었다는 것이었다. 김민은 “아버지께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직전 등판 성적이 좋지 않아(2.2이닝 5실점) 더 집중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도 이미 생각해뒀다.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요. 슬라이더 제구도 가다듬고, 좌타자에게 구사하는 스플리터도 연마하려구요.” 여기에 생각을 지우고 투구에만 집중하는 요령을 더 익힌다면 내년 김민의 이름은 올해보다 더 빛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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