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군, 포스터·대사 엮어 출간
뇌종양에도 박서보 격려로 전진
“영화로 소통해…전업 작가 될 것”
“익환이는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해요. 한두 명만 찾아와도 좋아하고, 오랫동안 기억하거든요.”
최근 직접 그린 영화 포스터 그림을 명대사와 엮어 달력 <하루치 용기를 충전하는 긍정의 말들>로 펴낸 자폐 청소년 김익환군(17·사진)의 어머니 김난희씨(54)는 전시회를 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군은 지난 4년간 영화 포스터 등을 엽서에 그린 1200여점의 작품 중 365점을 추려 달력으로 제작해 지난달 출시했다. 그리고 6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B에서 전시회를 연다. 매일 오전 11시~오후 6시 작품을 볼 수 있다.
지난 3일 어머니 김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그림을 1000장 그리면 전시회를 하자고 했는데, 3년 반 동안 끈질기게 1200장을 그렸다”며 “전시회를 하기 전에 구슬을 꿰듯이 달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군이 낸 달력은 A5용지 크기의 그림이 365쪽 묶인 탁상 달력으로, 날짜별로 영화 관련 그림과 영화의 정보, 영화 속 명대사와 날짜가 함께 적혀 있다. 엽서에 그린 그림과 엽서 속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 판화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 열 살 때까지는 영화관에 가본 적이 없었던 김군은 친구 가족들과 함께 갔다온 후엔 매년 30번을 찾아가는 ‘영화광’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영화를 보면서 명대사를 두고 이야기한다. 언어 발달이 느렸는데 영화가 소통의 도구가 됐다”며 “영화에 관련된 정보를 외워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군은 2년 전 뇌종양 판정을 받았지만, 그해 EBS와 기지재단이 준비한 전시회에서 박서보 화백을 만나 용기를 얻었다. 박 화백은 당시 “더 가르칠 게 없다. 이대로만 그리면 된다”고 격려했고, 김군은 박 화백을 마음속에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작가인 김군은 졸업식이 열리는 13일을 제외하고 매일 전시장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김씨는 “졸업을 하고 나면 익환이는 전업 작가로의 행보를 시작한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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