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외부인사 영입은 선거 때마다 벌어진 상투적인 연례 행사였지만, 실제 여러 인사들을 정치권으로 이끄는 등용문이기도 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이재오, 김문수 등 민중당 인사들을 영입해 외연 확장에 나선 한편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홍준표도 데려왔다.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김대중 총재가 나서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대선 후보와 당 대표를 역임하는 등 거물급 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세대 변화가 두드러졌다. 여당이 된 새천년민주당은 우상호·이인영·임종석 등 운동권 386세대를 전면에 내세웠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후일 당내 소장파 ‘남·원·정’으로 묶이는 원희룡, 정병국을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목으로 영입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국민의힘의 이번 대선 경선에 참여했으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힌다.
현재 거대 양당 대표도 외부인사 출신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함께 열렸던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영입돼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보수정당의 젊음을 상징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이 아닌 1999년 재·보궐선거 때 영입됐지만 노동운동·변호사를 하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발탁한 인사로 분류된다.
보통 외부인사는 국회의원 자리와 지역 조직 등을 얻을 수 있는 총선 기간 정당의 문을 자주 찾는다. 다만 대선 기간에도 후보와 정당의 이미지를 중화시켜 줄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구도가 박빙이었던 2012년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에게 “언니”라고 부르는 파격적인 언행을 선보인 ‘자수성가형 여성기업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혔다. 문재인 미래통합당 후보는 ‘보수의 장자방’으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9대 대선을 준비하던 때도 전인범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을 전윤철 전 감사원장, 고민정 전 아나운서(현 민주당 의원)와 함께 사실상 1호 인사로 영입했다. 진보 진영이 안보에 취약하다는 점을 불식시키려는 인사였다. 그러나 전 전 사령관은 문 대통령 지지 선언 후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교비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논란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났다.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는 외부인사가 2000년대에 비해 줄어든 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검증 수단이 될 매체가 늘어나면서 외부인사의 논란과 철회는 더 늘고 있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각막 수술을 받은 어머니와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원종건씨를 영입했으나 데이트 폭력 논란이 불거져 사퇴했다. 자유한국당은 반대로 여론을 읽지 못하고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전역한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을 ‘1호 인사’로 영입하려다가 철회했다. 박 전 사령관은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뒤 무소속 출마도 타진했으나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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