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광역시를 찾아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호남 출신 이낙연 전 대표와 공동유세를 하며 민주당 지지층 결집도 노렸다. 이 후보는 당초 계획했던 경기도 순회 일정 대신 이날 광주 방문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호남 지역 지지율을 끌어올려야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행보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을 찾아 광주 지역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광주 군공항을 가덕도 신공항 지원에 발맞춰 적극 지원하고, 그 부지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실증되는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광주 광산구에 있는 자동차산업단지 빛그린산단을 확장해 미래 모빌리티 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나주 광역철도망,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여수·광양항 그린스마트 복합항만 조성 등 광주·전남 초광역 교통망 조성계획도 밝혔다.

이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이자 이번 대선 야권 후보들도 광주를 찾아 제안한 내용이다. 이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시키겠다”며 “5·18 사적지인 옛 광주교도소를 ‘민주인권기념파크’로 조성해 민주주의의 전당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 후보는 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수색과 수습에 속도를 낼 방안을 국무총리께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피해자 가족들께서 저에게 오히려 ‘앞으로 이런 사고 안나게 해달라’고 말해주셨다. 돈을 벌기 위해 생명 위험을 가하는 잘못된 사업문화가 반드시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후 방문한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시민들에게 “돈 때문에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그런 세상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한 강력한 형사처벌도 중요하겠지만 행정적 제재도 확실히 해서 건설면허에 대한 조치도 엄정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정동 아파트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서울시 행정처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후 광주 충장로로 이동해 이낙연 전 대표와 공동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함께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 손을 잡고 연단에 선 뒤 “이재명 후보를 뜨겁게 품어주셔서 감사하다”며 “대선은 대통령과 동시에 집권세력을 선택하는 선거다. 민주당이 한 번 더 국정을 책임지도록 선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호남 방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자 분들께 하루라도 빨리 위로 드리고, 설 이전에 광주에 인사를 드리려면 오늘 외에 시간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호남 지지율 약세를 만회하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질의에는 “저의 여론조사상 호남지역 지지도는 60%대인데, 대선 득표율이 80·90%대였던 다른 후보들도 여론조사 지지도는 60%대였다”고 답했다.

윤승민·광주|탁지영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