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B손해보험-우리카드 경기. 우리카드 펠리페가 7연승을 달성하는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후 포효하고 있다. 의정부 | 연합뉴스
남자부 우리카드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시즌 ‘특급 외인’ 리버만 아가메즈가 올 시즌에는 없는데도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을 7연승으로 늘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대표팀에 뽑혔던 레프트 나경복, 리베로 이상욱에 동갑내기 듀오 황경민-한성정 등 토종 선수들의 성장이 팀 상승세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두번의 교체를 거쳐 대체선수로 합류한 외인 펠리페 알톤 반데로가 제 몫을 해준 덕도 있다.
22일 현재 펠리페는 공격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득점 3위(460점), 퀵오픈 2위(성공률 61.73%), 시간차 4위(73.68%), 후위공격 4위(53.00%), 서브는 3위(세트당 0.416)다. 1위를 차지한 부문은 없지만 여러 항목에서 고루 상위권에 들어가 있는 공격수는 대한항공의 안드레스 비예나 정도를 빼면 보기 어렵다.
올 시즌 남자배구 각 팀은 외인 공격수 문제로 하나같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예나의 대한항공을 빼면 각 팀은 외인 선수를 한차례 이상씩 교체하거나 부상 공백기를 가졌다. 펠리페 역시 교체선수로 우리카드에 합류했으며, 부상으로 몇 주를 결장하기까지 했다. 결장한 경기수가 꽤 있는데도 적잖은 득점을 올렸다.
그 가운데서도 공격 전부문에서 고루 활약하고 있기에 펠리페의 공도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지난 시즌에도 KB손해보험의 대체 선수로 리그에 합류했고, 올 시즌에도 트라이아웃 때 국내 구단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 개막 직전 합류한 것을 보면 기대치가 아주 높지는 않았으나, 승부처에서 펠리페가 충분히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성적도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한국에서 처음 뛴 2017~2018시즌 한국전력에서 공격성공률이 47.16%였던 펠리페는, 지난 시즌 50.33%로 올라선 뒤 22일 현재 이를 50.39%까지 끌어올렸다.
초반 펠리페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았던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팀이 7연승을 확정한 22일 의정부 KB손해보험전이 끝난 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펠리페는 시즌 초반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최근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2라운드 즈음 펠리페가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져 통증을 호소할 때 경기장에 동행하지 않으면서 “경기에 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본인이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며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돌아온 뒤 펠리페는 결정력을 발휘했고 이것이 토종 선수들의 리시브와 세터 노재욱의 지휘와 어우러지면서 우리카드는 꺾이지 않을 듯한 상승세를 탔다. 신 감독은 남은 시즌 경쟁팀들의 추격을 염려하면서도 시즌 초보다 한결 나아진 펠리페의 활약에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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