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최순실·김종·장시호 공판
ㆍ최순실 “조카가 센터 장악”…장시호 “이모와 공모, 후원 강요”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에서 최순실씨(맨 오른쪽)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에서 세번째),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맨 왼쪽)가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정에서 만난 조카와 이모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최순실씨(61), 장시호씨(38) 그리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이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 나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이후 최씨와 조카 장씨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씨는 자신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 등이 공범인 공판이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나왔고, 장씨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등에 출석했다. 이날은 장씨가 사무총장을 맡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2800만원을 후원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둘의 모습은 상반됐다. 장씨는 이따금씩 웃는 표정을 지으며 재판에 임한 반면 최씨는 대체로 표정이 어두웠다. 장씨는 외면하려는 듯 최씨 쪽에는 등을 돌린 채 앉은 반면 최씨는 이따금씩 장씨 쪽을 쳐다봤다. 장씨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시작된 둘 사이의 냉랭함이 재판정에서 드러났다. 냉랭함은 지난 10일 장씨가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하면서 극에 달했다. 최씨는 지난 16일 헌재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장시호가 특검의 강요로 자신이 쓰던 태블릿PC를 냈다”며 태블릿PC 소유 사실을 부인했지만, 특검은 태블릿PC가 최씨 소유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씨의 지인들은 장씨가 ‘최순실 공포증’에 시달린다고 말하고 있다. 지인들은 “최씨가 구치소 독방에서 변호인 접견을 하기 위해 나오면 다른 독방의 장씨가 나오지 못한다. 변호인을 못 만나 변론 준비도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둘의 주장도 엇갈렸다. 지난달 공판준비기일에서 장씨 측은 자신이 공범이라고 인정했지만 최씨 측은 부인했다. 이날도 장씨 측 이지훈 변호사는 “(영재센터의) 보조금 위반은 다툼이 있지만 직권남용, 강요, 횡령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 측 권영광 변호사는 “일부 사실관계 외에 김종, 장시호와의 공모 여부는 부인한다”고 말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최씨 측은 장씨가 영재센터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 변호인 최광휴 변호사는 “장시호가 2016년 4월 임시회의록을 조작해 센터 정관을 변경, 장씨가 있던 사무국의 권한을 강화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 등을 제시하며 “영재센터는 실질적으로 장시호가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씨 측 변호인이 인용한 수사보고나 진술서는 11월 초 장씨 관련 수사를 막 착수했을 때의 내용”이라며 “장씨가 최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사실을 앞으로 구체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공판에서는 장씨와 최씨, 김종 전 차관의 관계가 유추되는 증거들도 나왔다. 검찰은 영재센터 압수물 가운데 ‘Mr. 팬다 서류’라고 적힌 파일철을 공개했다. 팬다(판다)는 최씨 일가가 김 전 차관을 부른 별명이다. 검찰은 또 장씨가 최씨의 지시로 작성한 문건을 포장하고 적은 ‘대빵 드림’이라는 장씨의 자필도 내놨다. 검찰은 이를 통해 최고위직 공무원인 김 전 차관이 최씨 일가의 심부름꾼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윤승민·이혜리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