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때 부지면적의 5% 넓이로 기부채납해야하는 ‘공원’의 유형에 ‘입체공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평지가 아닌 건축물·구조물 옥상 등에 공원을 조성해도 이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규제 완화가 개발 당사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공공성은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본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제안된 내용 중 2건의 규제를 철폐(완화)한다고 16일 밝혔다.

완화된 규제를 보면 도심공원에서 현재는 영업이 불가능한 푸드트럭·직거래 장터 등을 문화·예술 행사가 개최되는 등 경우에 한해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대규모 개발 시 의무적으로 기부채납해야 하는 ‘공원’의 유형에 ‘입체공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입체공원을 기부채납 공원 유형으로 허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부지면적 5만㎡ 이상, 또는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정비사업을 할 때 공원녹지법에 따라 부지면적의 5% 이상을 공원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날 공개된 ‘입체공원’을 허용할 경우 앞으로는 공원 부지에 주민(조합원) 문화시설, 주차장 등을 조성한 뒤 해당 (건물)상부나 옥상에 공원을 조성해도 된다.

서울시가 제시한 ‘입체공원’ 조성 개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지역 내 녹지공원이 충분히 조성됐음에도 법적 의무 때문에 추가로 공원을 조성하느라 주택부지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었다”며 입체공원 허용 취지를 설명했다.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입체공원이 허용되면 시에 기부채납해야할 공원부지가 사실상 단지 주민 등에게 사유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재건축 등 이후 개방해야 하는 단지 내 공개용지(통행길 등)의 경우도 아파트 측이 임의대로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외부인 접근을 방해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백인길 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건물이나 구조물 상부에 짓는 공원이 ‘단지 내 주민’에게만 접근 가능한 공간이 될 경우 공공성이 저하된다”며 “규제 완화라는 명분 아래 재개발·재건축 지역 주민들만 특혜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 관계자는 “입체공원은 도시계획시설로 고시되며, 구분지상권이 설정되기 때문에 서울시나 자치구가 관리하게 되고, 단지 내에서 외부인의 입장을 막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며 “공원은 많은데 주차장이나 문화시설 등이 부족한 지역에는 입체공원이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변 주민들의 단지 내 통행을 차단할 목적으로 철조망을 설치한 모습. 강현석 기자

 

입체공원 규제 완화 관련 건의가 제기된 과정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해당 건의는 당시 토론회에서 한 ‘시민’이 제안했다. 당시 이 시민은 영업정치 처분 완화와 입체공원 허용을 주장했다. 건의 내용을 보면 이 시민은 건설업계 종사자내지는 유관단체 관계자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규제와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당사자의 건의가 고스란히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 시민의 직업에 대해 묻자 시 관계자는 “토론회 당시 이름과 연락처 정도만 알고 참여 시민을 모집해 직업은 모른다”고 밝혔다.

시는 입체공원 허용의 경우 기존부터 검토했던 규제완화책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부터 이미 입체공원 등과 같은 입체형 녹지공간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한 바있다”며 “지난해부터 입체공원을 제도화하기 위해 ‘입체기반시설 운영기준’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