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소비자연맹 65종 가격 비교

시장개방으로 해외 브랜드 화장품을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백화점·드럭스토어에서는 해외 브랜드 화장품을 해외에서 살 때보다 최고 2.46배나 비싸게 팔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제품 간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장개방 효과가 화장품 시장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7월1~20일 외국산 화장품 65종의 국내외 온·오프라인 매장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65종의 제품 중 30개는 국내 백화점에서, 35개는 국내 드럭스토어·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조사 결과 65개 제품의 국내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격은 모두 해외 5개국(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보다 비쌌다. 국내 백화점에서 3만6000원에 팔린 비오템 옴므의 ‘옴므 폼 쉐이버’ 200㎖의 해외 판매가는 평균 2만3089원이었다. 드럭스토어 제품인 라로슈포제의 ‘사카플라스트 밤 B5’ 100㎖는 국내에서 평균 2만9904원에 팔렸지만 해외 판매가는 1만2158원으로 국내 판매가의 절반 이하였다. 조사 대상 화장품들은 브랜드 원산지인 미국·유럽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보다도 대부분 비싸게 팔렸다. 버츠비의 ‘레몬 버터 큐티클 크림’ 17g의 국내 판매가는 평균 1만9794원이었지만 일본 판매가는 8921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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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드럭스토어 판매 화장품의 국내외 가격차가 백화점보다 더 컸다. 백화점 제품은 해외 판매가보다 국내 판매가가 1.02~1.56배 비쌌던 반면, 드럭스토어 제품은 국내 판매가가 해외보다 1.11~2.46배 비쌌다. 프랑스 바이오더마의 ‘세비엄 엑스폴리에이팅 젤’ 100㎖는 국내 판매가격(2만5000원)이 프랑스 판매가(9492원)의 2.63배였다.

수입 과정에서 업자들이 챙기는 마진폭도 컸다. 드럭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마스카라 가격(1만3480원)은 마스카라 전체 수입원가 평균(3396원)의 3.97배, 폼클렌저(9800원)는 전체 수입원가 평균(3676원)의 2.67배였다.

소비자연맹은 “시장개방의 효과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장개방으로 다양한 제품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제품 간 가격 경쟁으로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설이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온 외국 브랜드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의 드럭스토어 등 한정된 매장에서 판매돼 가격 인하폭이 적다고 소비자연맹은 분석했다. 소비자연맹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유통채널이 더 다양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연맹은 ‘비싼 화장품이 곧 좋은 화장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점차 줄어 수입·판매업자가 고가 전략을 쓸 명분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소비자연맹이 지난 8월 여성 소비자 3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쌀수록 전반적으로 품질이 좋다’고 답한 사람은 29.9%인 반면 ‘가격과 상관없이 품질은 비슷하다’는 응답은 41.2%였다. 소비자연맹은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는 고가 정책보다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