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계 두 여성 맞수 ‘다른 눈’

ㆍ레지나 입 “민주화, 중 정부가 주도해야”
ㆍ안손 찬 “전인대 방안, 간선제나 똑같다”

각각 친중국계와 범민주계를 대표하는 홍콩의 두 여성 정치인이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민주화 시위와 행정장관 직선제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친중국계 정당인 신민당의 레지나 입 대표(64·왼쪽 사진)는 “중국 품 안의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반면 대표적인 범민주계 인사인 안손 찬 전 홍콩 정무사장(74·오른쪽)은 “지난 8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발표한 행정장관 직선제는 간선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입 대표는 3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시위에 모인 젊은이들은 어떻게 중국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홍콩 현실에 맞는 민주주의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입 대표는 홍콩을 중국 영향권 아래 놓는 대신 중국을 민주화시켜 그 파급효과로 민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찬 전 정무사장의 주장은 정계 라이벌로 꼽히는 입 대표와는 달랐다. 찬은 지난달 26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전인대 제안대로 후보 추천위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 간선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홍콩 정부에 대해서는 “친정부 성향 언론을 통해 그들의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여성 정치인은 홍콩 행정장관 유력 후보로도 거론된 인사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치적 입장은 크게 다르다. 찬은 1997년 홍콩 귀속 뒤에도 홍콩 민주주의 개혁을 지지하다가, 2001년 중국과의 갈등으로 정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입은 홍콩 보안국장이던 2002년 ‘홍콩판 국가보안법’이라 불린 기본법 23조 입법을 주도했다. 이때 “히틀러도 국민들이 선출했다. 이는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증거”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7년 홍콩 의회 보궐선거에서 맞대결한 인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