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호남고속철도 개통… 서울~광주 1시간33분 ‘전국 반나절 생활권’
1일 광주송정역, ‘빼액’ 하는 기적소리와 함께 호남고속철도를 운행할 KTX 차량이 움직였다. 은색·파란색으로 꾸민 기존 KTX 차량과 달리, 호남KTX 차량 외벽은 상아색과 보라색으로 꾸몄다. 호남 지역에도 ‘반나절 생활권’이 열리게 된다는 기대를 반영하듯 광주송정역 개통식 현장은 광주·전남 지역 주민 1200여명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동안 호남선 구간을 KTX 차량이 달리긴 했지만 일반 선로 위를 운행했기 때문에 최고속력이 시속 300㎞ 이상을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충북 오송역을 출발해 충남 공주역, 전북 익산역·정읍역, 광주송정역을 잇는 고속철도 182.3㎞가 2일부터 일반 운행되면서 서울~호남도 반나절 생활권 안에 들게 됐다. 기존에 2시간39분 소요됐던 광주송정역에서 서울 용산역까지는 1시간33분, 인천공항까지는 2시간9분에 주파할 수 있게 됐다.
개통식에서는 호남 지역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가 느껴졌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환영사에서 “광주·전남·전북 지역이 속도 혁명과 함께 문화와 관광이 융합된 미래의 먹거리 마련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개통식이 끝나고 광주송정역~익산역 92.6㎞ 시승 행사가 열렸다. 열차에 탑승해 앉아보니 좌석 앞뒤 간격이 넉넉해 편안했다. 기존 KTX 차량은 좌석 간 간격이 좁아 키가 큰 사람은 무릎이 앞좌석 뒷면에 닿지만 호남선 KTX 차량은 두 다리를 뻗을 만큼 공간이 넓었다. 좌석 뒷자리마다 220V 전원 콘센트 위치를 안내한 것도 좋았다. 기존 KTX 차량에도 전원 콘센트가 설치돼 있지만 별도의 안내가 없다. 덕분에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면서도 전원이 중간에 꺼질까봐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시승 구간인 광주송정역~익산역 구간을 달리는 동안에는 길이 615m의 정읍 고가철로가 인상적이었다. 단풍잎을 형상화한 철로 난간 아래 고속도로가 보였는데, 고속도로를 폐쇄하지 않은 채 철로를 완공하는 첨단 공법으로 건설했다고 한다. 경부고속철도와 달리 호남고속철도는 철로 건설 및 열차 설계 모든 과정에 순수 국내 기술만 사용했다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설명했다.
등받이를 뒤로 젖힐 때는 아쉬웠다. 기존 KTX에서는 등받이를 뒤로 젖히면 방석 부분도 앞으로 움직여 눕기가 더 편안했다. 충격 흡수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기존 차량보다 승차감이 크게 나은 것 같지는 않았다. 시승 행사에 참여한 직장인 김모씨(35)는 “열차가 한창 최고속도로 달릴 때 흔들림이 느껴져 조금 불안했다”고 말했다.
<광주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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