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 자국 비행기 텔아비브 공항 운항 금지… 관광수입 의존 이스라엘 ‘울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2000번도 넘게 포격했지만, 하마스는 로켓 한 발로 적을 흔들었다.”
미국 온라인미디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자국 항공기들의 이스라엘 텔아비브 운항금지 조치를 내리자 23일 이같이 보도했다. 텔아비브 공항 주변에 한 차례 떨어진 로켓포에 미국이 운항금지 결정을 내렸고, 이것이 관광에 크게 의존하는 이스라엘 경제를 옥죄었다는 것이다.
미 FAA는 지난 22일 자국 항공기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운항을 24시간 동안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튿날에는 운항금지를 24시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FAA는 ‘안전’을 이유로 들었다. 17일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추락하자, 미국도 항공기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로켓 요격무기 아이언돔이 지키고 있는 텔아비브는 안전하다”며 반발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미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통화로 설명했지만, 네타냐후는 운항금지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항공 운항금지 조치가 자칫 ‘보이콧’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의 정부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모여 있는 사실상의 수도다.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입국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텔아비브 공항이 막히면 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미 가자지구 공격 후 이스라엘을 찾는 관광객은 줄었다. 이스라엘 호텔협회에 따르면 다음달 이스라엘 내 호텔 예약률은 3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80%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더구나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에 항의하는 보이콧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FAA의 조치는 자칫 ‘이스라엘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으로 비칠 수도 있다. 미국 내 우파 정치인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반이스라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이스라엘)을 자신의 외교정책에 굴복하게 하려고 정부기관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유대계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아예 텔아비브의 안전을 증명하겠다며 23일 이스라엘 엘알 항공편으로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해 미 정부 조치를 “과민반응”이라고 폄하했다.
결국 FAA는 “상황이 나아져 23일 밤부터 운항금지를 해제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델타항공 등 미국 일부 항공사들은 FAA 결정과 관계없이 텔아비브 운항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항공안전청(EASA)도 유럽연합(EU) 항공사들에 텔아비브 운항을 삼가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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