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북 협력 없이는 ‘사상누각’
최근 정부가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1월 공식 주창한 구상이다. 남북한을 종단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대륙횡단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고, 이를 부산~베링해~북유럽을 연결하는 북극항로와 연계해 복합물류 운송망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최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관련 행사를 속속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함께 정·재계, 학계 및 문화계 인사들과 대학생 등 250여명을 TSR, TCR에 태우고 독일 베를린까지 1만4400㎞를 횡단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를 지난 14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관문’이라며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7월 14일 오전 서울역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발대식에서 최연희 코레일 사장, 조태용 외교부차관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_ 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답보 상태다. 이에 따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관문인 남북간 철도 연결은 제자리걸음이다. 23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펴낸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하지 못하는 동안 중국은 2013년 이후 저장성~스페인 마드리드 철도화물 노선을 개설하는 등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5월 정상회담을 갖고 신실크로드경제벨트와 유라시아경제연합 건설 협력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남북 간 경색국면이 풀리지 않으면서 한국은 지난달 4일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에도 실패했다. TSR, TCR가 통과하는 모든 국가가 이 기구 가입국이기 때문에 한국이 유라시아철도와 연계해 국제철도운송을 하기 위해서는 OSJD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반대로 가입 요건인 만장일치 찬성을 얻지 못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에는 대북 협력이 필수적이란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 없는 사업 추진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며 “남북이 상호 비방 중이지만 남측이 선제적으로 북에 손을 내미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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