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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하이옌 피해로 폐허가 된 타클로반의 한 마을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선 대형 별모양 전등. 높이가 1.8m에 이르는 이 전등은 성탄절 당일 불을 밝힐 예정이다. 타클로반|로이터연합뉴스 |
슈퍼태픙 하이옌이 할퀴고 간 필리핀 타클로반에도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필리핀데일리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은 24일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는 타클로반 현지의 모습을 전했다. 타클로반에서만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태풍에 파손돼 복구가 필요한 부분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 와중에서도 현지 주민들의 성탄절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
한 주민은 “구호물자만으로라도 성탄절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해지역의 한 학교에서 만들어진 성탄절 트리에도 색색의 플라스틱 병들이 걸리고, 담장에는 성탄절 축하 메시지가 적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현지 피해 주민들을 위한 사절을 파견했다. 이날 항공편으로 타클로반에 도착한 교황 사절들은 공공 대피소 한 곳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한 마을엔 필리핀 국기 모양이 그려진 높이 1.8m 대형 별모양 전등이 섰다. 올해 19세가 된 쌍둥이 형제인 론론·론레이 마그두아가 만든 열흘에 걸쳐 만든 이 전등은 성탄절 당일 불을 밝히게 된다. 론론은 “우리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전등을 만든 뜻을 필리핀데일리인콰이어러에 전했다.
그러나 아직 태풍이 남긴 상처로부터 타클로반 사람들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한 주민은 지난해 농구 경기장에서 열렸던 성탄 축하 행사를 “정말 행복했다”며 떠올렸다. “우리는 남아있는 것으로 무엇이든 하려고는 하겠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어렵기만 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AP통신은 “중심가의 상점들도 일부 열었고 식당에서 성탄절을 맞아 전구들이 반짝이고 있지만, 여전히 밤이되면 도시는 컴컴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