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신뢰도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미국 16개 공공기관의 신뢰도에 대해 전화설문해 30일(현지시간) 발표한 결과를 보면, 연방대법원의 신뢰도는 30%로 조사를 시작한 1973년 이래 최저치였다. 초창기 조사 때 줄곧 신뢰도가 40% 이상이던 대법원은, 2007년 조사에서 34%를 기록한 이후 신뢰도가 줄곧 30%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대법원의 신뢰도는 의회 신뢰도(7%)나 대통령 신뢰도(29%)보다도 높다. 그러나 임명직인 대법관은 선거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대법원의 신뢰도는 통상 의회·대통령보다는 높았다. 따라서 대법원의 신뢰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낙태, 인종차별, 동성 결혼 등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대법원이 사회 인식 변화에 비해 보수적인 판결을 내려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30일 발표된 갤럽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갤럽 캡쳐 (http://www.gallup.com/poll/171992/americans-losing-confidence-branches-gov.aspx)



대법원이 공화당 등 보수 진영에 유리한 판결을 내놓는 것도 신뢰도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대법원이 정치 기부금 규모를 제한한 연방선거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 그 예다. 지난 30일에는 기업주가 종교적 신념으로 직원의 피임을 건강보험에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결정했다. 피임과 불임수술 등 임신 조절 비용까지 보험에 적용할 수 있게 한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개혁안이 이 결정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한편, 대법원뿐 아니라 의회·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모두 2012년 이후 꾸준히 하향세다. 또 1991년 이후로 대통령과 대법원 신뢰도 추이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갤럽이 지난달 5~8일 18세 이상 미국 성인 102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