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혜성 67P 착륙 안팎
12일(현지시간) 탐사로봇 필레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안착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들이 있었다. 그러나 실수 없이 진행된 분리와 착륙 작전은 ‘역사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혜성은 소행성과 비슷하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혜성 착륙을 시도하지 못했다. 소행성과 달리 혜성은 먼지에 둘러싸여 있고, 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탐사선이 착륙을 시도하면서 손상을 입을 우려도 제기됐다. 혜성 67P 역시 지구와 5억1000만㎞ 이상 떨어져 있었고 시속 6만6000㎞의 속도로 움직였다.
더구나 67P는 착륙이 더 까다로운 혜성이었다. 지름이 4㎞에 불과해 탐사선이 안착할 공간 자체가 작았다. 또 감자 모양의 다른 혜성들과 달리 머리와 몸통이 구분된 ‘러버덕’ 모양이었으며, 얼음과 바위가 뒤엉켜 표면도 울퉁불퉁했다. 중력이 지구의 수천분의 1 수준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필레가 표면에 잘못 내려앉으면 혜성 밖으로 튕겨나갈 우려도 있었다. 유럽우주국(ESA)은 근접촬영으로 67P의 모습을 확인한 뒤, 착륙 성공 가능성을 75%에서 50%로 낮췄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둥근 돌이나 낭떠러지에 착륙하지 않는 행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 필레에는 2개의 작살이 장착됐다. 혜성 표면에 필레를 고정시키기 위해 필요했다. 착륙 도중 받을 충격을 완화할 반동 엔진도 있었다. 그러나 분리를 불과 수시간 앞두고 ESA는 필레의 반동 엔진에 반응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분리 자체도 난관이었다. 계획된 방향보다 1인치(2.5㎝)만 어긋나도, 혜성 표면에 들어갈 때쯤엔 250m가 빗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매튜 겐지 교수는 12일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필레의 착륙 과정을 “바람 부는 날 눈을 감은 상태에서 풍선 하나를 도시 한 지점에 놓는 것과 같다”며 “우주 역사상 가장 어려운 착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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