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주민참여예산제의 고민과 한계

주민참여예산제가 실험을 넘어 주요 정책으로 뿌리를 내렸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참여예산제로 할당되는 예산 규모가 전체 예산의 1~10% 사이에서 출렁인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참여예산 규모는 2012년 4억7600만헤알(약 1830억원), 2013년 1억8000만헤알, 2014년 6600만헤알로 급감했다. 시민단체 ‘옹시다지(도시NGO)’의 마르시아 토포는 “시는 지난 3년간 월드컵 준비에만 치중했고, 중앙정부의 예산을 따낼 수 있는 사업에만 공을 들이느라 주민참여예산제 사업을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예산이 모자란 시 정부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는데 이는 새로운 논란을 불렀다. 미국 미시간대 지역개발학 교수 안나 파울라 워커는 포르투알레그리 시내에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지어진 팝(POP) 쇼핑몰의 사례를 분석했다. 시는 2005년 노점상들이 많아 어지러워진 거리를 정비하자는 주민회의 결과에 따라 노점상을 수용할 쇼핑몰을 짓기로 했다. 노점상 대의원들과의 격렬한 토론 끝에 최종 합의를 도출했고, 쇼핑몰 유동인구를 늘릴 수 있는 세심한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시 정부는 쇼핑몰 건설에 기업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비용 줄이기에 급급했던 기업은 설계대로 건물을 짓지 않았다. 이윤을 회수하기 위해 임대료도 높게 매겼다. 결국 노점상들은 사채까지 얻어 임대료를 내야 했다. 워커 교수는 이달 발표한 논문에서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민자유치로 왜곡되면서 이윤 논리에 따라 가난한 자들을 되쫓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답습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제도의 의미와 성과는 부정할 수 없다. 시 정권이 노동자당에서 민주운동당으로, 다시 민주노동당으로 바뀌었지만 주민참여예산제만은 유지되고 있다. 카를로스 데 소자 시민소통국 부국장은 “주민참여예산제는 노동자당의 것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정책”이라면서 “25년 동안 이 제도는 모든 시민들 사이에 뿌리내렸다”고 강조했다.

<포르투알레그리 |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