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국적·종교 초월한 ‘50년 공동체’ ‘세계인 마을’ 인도 오로빌의 성공
ㆍ세계 54%, 한국 90% 도시화 시대 인권·환경 등 ‘가치 찾기’ 움직임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州) 오로빌은 49개국에서 온 2300여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모든 인류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로빌은 시민들이 어떤 가치를 나누고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실천에 옮기는 소도시다. 국적과 인종·민족·종교·성별에 상관없이 시민들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배려한다. 인도의 작은 행정구역이지만 이제는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린 실험장이 됐다.

1968년 세워진 오로빌의 실험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풀 한 포기 없던 황무지는 녹색공간으로 바뀌었다. 피부색도 종교도 제각각인 아이들은 한 학교에서 타밀나두 전통 명절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빛의 축제’를 연다. 어른들은 여러 위원회와 워킹그룹을 구성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오로빌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13일 전통 명절 ‘퐁갈’을 앞두고 선생님과 함께 크리스마스 때와 같은 트리를 세우고 있다. 퐁갈은 매년 1월14일부터 나흘간 계속되는 타밀나두의 전통 설이다. 오로빌은 ‘세계인의 마을’을 지향하며 1968년 세워진 도시다. 이곳 아이들에게는 성탄절도, 퐁갈도 모두 똑같은 축제다. 오로빌 | 김창길 기자


오로빌 주민들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너도나도 “나는 샤를리다”를 외쳤다. 파리 테러는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이 극단적 폭력으로 나타난 사건이었다. 오로빌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유엔이 집계한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4%. 2050년에는 세계인의 3분의 2 이상이 도시에 살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세기 동안 세계의 도시들은 엄청난 성장을 했다. 저개발국에서도 도시의 급팽창이 두드러진다.

영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현대의 집단노동이 만들어낸 방대한 공유재가 곧 도시”라고 말한다. 도시의 성장은 인프라 부족, 환경파괴, 공동체 해체 같은 부작용을 불렀다. 거대 산업 위주로 구성된 도시공간은 사람들을 소외시켰다. 사람들이 삶을 찾아 모인 곳에서 사람다운 삶이 사라지는 ‘도시의 역설’이 생겨난 것이다.

도시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은 이런 ‘비정한 도시’로 변해가는 데 대한 반성 때문이다. 오로빌처럼 인권과 환경, 공동체와 관용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도전에 나서는 도시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외형적인 성장이 아닌 ‘가치를 지향하는 도시’로 가기 위한 노력이다.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는 시민들이 직접 예산안을 만드는 주민 참여의 모델이다. 세계 정치의 수도 미국 워싱턴은 인종과 종교, 성별과 장애, 어느 것으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한 인권도시이다. 인구 5만명의 소도시 네덜란드 하우턴은 자전거 이용자들의 천국으로 통한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버려진 강변을 살려 문화공간으로 바꿨고, 이탈리아 트렌토는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경제의 생태계를 다시 만들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중국은 미래 환경도시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 인구 비율은 2011년 90%를 넘어섰다. 경향신문은 앞으로 매주 ‘가치 도시’로 탈바꿈하는 세계 도시의 의미 있는 실험을 생생한 현장 르포를 통해 전한다. 서울을 비롯, 국내 도시의 성공 모델과 도전 사례도 이어 연재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