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292개 사업 사후평가, 218곳이 교통량 예측치 70%도 안돼
ㆍ국고낭비에 관련 공기업 부채 증가… “선심성 공약이 문제”
도로·철도·항만 등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수요 예측이 실제보다 과다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빗나간 수요 예측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사업비를 들이고 개통 후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서 관련 공공기관들의 부채도 늘어났다.
2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4 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까지 사후평가가 완료된 교통 SOC 사업 292개 중 218개는 실제 수요가 예측치의 7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고지원금 300억원 이상 투입돼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교통 SOC 사업 11개 중 6개도 실제 수요가 예측 수요의 7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산정책처의 ‘2014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를 보면 한국도로공사가 2004~2014년 사후평가한 고속도로 45개 구간 중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의 70% 미만인 구간은 23개였다. 35% 미만인 구간도 6개였다. 수요 예측은 실제 수요와의 오차가 30% 미만일 때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점을 감안하면 교통 SOC의 절반 이상의 수요 예측이 사후평가 결과 실패로 결론난 셈이다.
실제 수요가 예측치에 못 미치면서 교통 SOC의 경제성도 사업 전 평가보다 완공 후 재평가에서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천~공주 고속도로는 2009년 개통 전에는 편익이 비용의 1.80배가 될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2013년 재평가에서 0.97배에 그쳤다. 사업 전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15였던 전북 고창~전남 담양 고속도로는 재평가 때 0.93으로 나타났다. 두 구간의 예측 대비 실제 수요는 54%, 35%에 그쳤으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각각 180억원, 461억원이었다.
관련 공기업들의 적자도 늘었다. 2010년 23조7286억원이던 한국도로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26조4622억원으로 2조7336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철도공사의 부채는 12조6236억원에서 17조8609억원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부채는 13조9796억원에서 18조9792억원으로 증가했다. 교통 SOC 사업에 적잖은 국비가 지원되는 점을 감안하면, 부풀린 수요 예측이 공공기관 운영뿐 아니라 국가 재정 운용에도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수요가 계속 과하게 예측된다면 전반적인 수요 예측 방법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사후평가 내용 중 공개된 사항들이 적고 축적된 자료가 부족해 유사한 사업을 시행할 때 참고가 되지 못한다”며 “국토교통부는 교통 SOC 투자사업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의 요구에 따른 무리한 선심성 사업 남발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수요 예측이 과다했을 때 사업 기획자, 국책 연구기관 중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선심성 사업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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