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왼쪽)가 지난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와의 경기 8회말 1사 솔로 홈런을 친 김혜성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넥센 박병호(왼쪽)가 지난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IA와의 경기 8회말 1사 솔로 홈런을 친 김혜성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른 봄부터 펑펑 터지던 홈런포가 무더위의 정점에서도 그칠 줄을 모른다. ‘섬세한 야구’ ‘작전 야구’의 상징이던 희생번트는 후반기 들어 더 줄었다. 한두점에 울고 웃는 여름철 대접전의 시기에도 KBO리그의 각 팀들은 강공 위주의 ‘빅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까지 올 시즌 KBO리그는 총 531경기를 소화했다. 전반기 441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총 1016개, 희생번트는 284개 나왔다. 경기당 홈런이 2.30개, 희생번트는 0.64개 나온 꼴이다. 2015년 10구단 체제가 자리잡은 이래 경기당 홈런은 최다, 희생번트는 최소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 흐름이 여름을 맞으며 바뀔지도 관심사였다.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무더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모든 팀이 총력전을 천명한 상황에서 ‘쥐어짜는 야구’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팀 배팅과 번트가 늘어날 공산이 컸다. 그러나 전반기의 흐름이 꺾이기는 커녕 공고해졌다.

후반기 90경기에서 홈런은 239개, 희생번트는 50개 나왔다. 이를 경기당 평균으로 홈런이 2.66개, 희생번트가 0.56개다. 전반기보다 오히려 경기당 홈런이 늘어나고 희생번트는 줄었다. 시즌 전체 경기당 평균 홈런은 2.36개, 희생번트는 0.63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시즌 전체 홈런은 1700개에 육박하게 돼 지난해 경신된 리그 전체 홈런 기록(1547개)를 한 해만에 경신하게 된다. 예상 희생번트는 454개로 1980년대 초반 6개 구단 체제의 수치와 비슷해진다.

홈런 및 장타의 증가가 희생번트의 감소와도 무관치 않다. 홈런을 비롯한 장타로 한 번에 다득점을 하는 경기가 늘면서, 경기 초반 번트를 대가면서 뽑는 선취점의 의미가 줄어들었다. 번트를 선호하는 감독들도 올 시즌 자취를 감췄고, 타자들도 ‘발사각을 올려 장타를 늘린다’는 최신 타격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겨우내 발사각 향상에 매진했던 KT가 여름을 나면서도 팀 홈런 2위(151개)를 놓치지 않은 것, 올 시즌 전 장타력 향상에 일가견이 있는 미국의 더그 래타 타격 인스트럭터를 따로 찾아가 ‘과외’를 받은 오재원(두산)이 시행착오 끝에 지난달부터 장타를 펑펑 날리기 시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목할만한 것은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9월 이후에도 한두점을 짜내는 야구가 등장할지 여부다. 4위 LG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완연한 하락세를 띄고, 8위 롯데까지도 5위 넥센과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1승의 중요성은 시즌 후반기로 갈 수록 더 커지게 됐다. 단기전과 승부처에서는 작전 야구가 득세했던 프로야구의 지난 흐름이, 패배가 포스트시즌 좌절로 연결될 시즌 후반에 재현될지도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