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키움 대 LG 경기. 5회 초 1사만루 때 키움 박동원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며 퇴장 당하자 키움 장정석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잠실 연합뉴스

 

7월 막바지. 키움은 두산을 제치고 2019 KBO리그 2위에 올랐다. 승수를 쌓아 31일 경기를 마친 뒤에는 선두 SK와의 승차를 5.5경기까지 줄였다. 2위 등극 뒤 선두와의 가장 적은 승차였다. 가을야구 진출권에 든 LG를 상대로 원정에서 2연승한 게 호재였다.

8월의 시작과 함께 그 기세가 꺾였다. 키움은 3연패를 당했다. SK와의 승차도 다시 7.5경기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크고 작은 사건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1일 잠실 LG전 5회초 1사 만루에서 박동원이 루킹 삼진 판정을 받은 뒤, 심판의 볼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다 퇴장을 당했다. 비속어를 내뱉는 듯한 박동원의 입모양이 방송 중계 카메라에 찍혔고, 이어 박동원이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길에 쓰레기통을 발로 세게 걷어 차 옆에 있던 정수기까지 넘어지는 장면도 전파를 탔다. 공교롭게 그 때까지 5-2로 앞서던 키움은 6회 1점, 7회 5점을 내주며 역전당해 5-11로 패했다.

불과 사흘 뒤에는 2군 코칭스태프가 불미스런 일을 냈다. 셰인 스펜서 2군 감독이 경기가 없던 4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서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다 강서구 일대에서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스펜서 감독의 차량이 흔들거리는 모습을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음주 여부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은 부랴부랴 5일 스펜서 감독을 대신할 오규택 2군 총괄코치를 선임했고, 스펜서 감독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두 명의 행동이 팀의 경기 결과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난해 히어로즈의 모습과 대비되는 것은 분명하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박병호와 서건창, 김하성, 이정후 등 주축 선수들이 돌아가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트레이드 뒷돈 파문’에 조상우·박동원이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선수단에 이탈하는 악재가 겹쳤다. 모든 이슈가 5월말 들어 터지더니, 6월 한 때 순위가 7위까지 떨어져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전력이 불완전한 가운데서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쳐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고, 플레이오프에서 SK와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벌였다. 8월의 무서운 상승세 덕이 컸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파로 16일 이후 중단됐던 8월 경기에서 넥센은 11승2패를 거둬 6위에서 4위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바뀐 해 8월, 키움은 한껏 좋은 성적을 거둔 시점에서 선수단 내부에서 팀 이미지를 깎아먹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을 일으켰다. 팀 성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들이다. 설령 팀이 흔들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내 2위 자리를 지키고 1위를 위협한다고 해도, 이런 식의 일이 계속 벌어지면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켰던 키움 구단의 이미지가 좋아질리 만무하다. 팀 안팎의 기강을 다시 정비할 때가 됐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