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6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KBO 리그 한화-롯데전. 3회 말 롯데 신본기가 내야안타를 쳐내고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9·10위의 위치가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리그 최하위 수모를 피하기 위한 롯데와 한화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부터 나란히 승패를 이어오던 날이 많았던 두 팀은 2연전 체제가 본격 시작되는 첫 주부터 닮은꼴 일정을 맞이했다. 네 차례의 2연전이 끝난 뒤 맞대결이 예정돼 있어 두 팀의 행보에 관심이 간다.

롯데는 6~7일 울산에서 키움을 상대한 뒤, 대구로 이동해 8~9일 삼성과 연전을 치른다. 주말인 10~11일에는 창원으로 가 지역 라이벌 NC와 일전을 치른다. 한화는 6~7일 잠실 두산전 이후 광주로 내려가 8~9일 KIA와 맞상대한다. 이어 주말에는 다시 수원을 방문한다. 지난 1일 수원 KT전을 치른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다시 KT와 2연전이 예정돼있다. 하루씩의 휴식일 뒤 13~14일 롯데는 사직에서 KT와, 한화는 대전에서 NC와 만난다.

올해 성적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양 팀의 일정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두 팀이 주간 처음 맞상대하는 상대인 키움과 두산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다음 2연전 상대인 삼성과 KIA도 7·8위를 다투는 상대다. 주말에 각각 만나는 NC와 KT 역시 5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처지다. 두 팀은 하루 휴식일 뒤 다음 2연전에서는 주말과 서로 상대를 맞바꿔 대결한다.

두 팀이 사실상 원정 6연전을 치른다는 점도 닮았다. 롯데의 6~7일 울산 키움 2연전은 기록상으로는 홈경기이지만, 롯데 선수단은 연고지 부산을 두고 ‘제2구장’이 있는 울산으로 이동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인근 지역 야구팬들에게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취지의 일정이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홈경기의 이점이 반감되는 셈이다.

그가운데도 유불리는 존재한다. 롯데는 올해 첫 3연속 2연전을 울산-대구-창원에서 치른다. 홈인 사직구장을 계속 떠나있어 수고롭긴 하지만 영남지방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불행중 다행이다. 반면 한화의 동선은 훨씬 길다. 원정지인 잠실에서 첫 2연전을 치른 뒤 남부의 광주로 이동했다가 다시 수도권인 수원으로 이동하는 고된 일정이 이어진다. 이어 롯데와 한화는 각각 홈으로 이동하지만, 15~16일 양 팀 맞대결이 사직에서 이뤄지기에 먼저 홈에 도착해 기다리는 롯데가 더 나아보인다.

최하위로 떨어진 한화보다 4연승으로 꼴찌에서 벗어난 롯데가 분위기 측면에서도 유리해 보인다.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 후 롯데는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크게 밀려있던 두산을 상대로 연승을 달리는 등 분위기 반전에 일단 성공한 모양새다. 하지만 한화도 선두 SK와의 2연전 중 한 경기를, 그것도 상대 외인 에이스 앙헬 산체스가 나온 경기에서 8점을 뽑고 잡아냈다는 점이 나쁘지만은 않다.

네 번의 2연전 직후 찾아오는 두 팀간의 ‘단두대 매치’의 향방은 앞선 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맞대결의 결과가 올 시즌 두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에 데칼코마니 일정의 중요성은 여느 때보다 더 크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