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중일 감독.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LG 류중일 감독.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마운드와 타석에서,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니깐.”

LG 류중일 감독이 5일 잠실야구장에서 2018 프로야구 SK전을 앞두고 19년 전 얘기를 꺼냈다.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지난달 31일 SK로 트레이드한 내야수 강승호 얘기를 하다 ‘트레이드의 추억’을 슬며시 했다. 

류 감독은 1987년 삼성에 입단한 이래 13시즌을 내리 삼성에서 뛴 대표적인 ‘원 클럽 맨’이었다. 그런 그의 트레이드 추억은 삼성의 성준 퓨처스(2군) 감독과 관련돼 있다.

류 감독과 성 감독은 프로 팀(삼성)뿐 아니라 학창시절도 함께한(대구중-경북고-한양대) 직속 선·후배, 그것도 1년 선·후배지간이었다. 그러던 둘은 1999년 경기 도중 서로를 마주하게 됐다. 전년까지 통산 96승을 거둔 투수 성준에게 삼성은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성준은 ‘통산 100승’을 채우겠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이어가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때만 따져도 12년 한솥밥을 같이 먹은 선배를 상대 투수로 마주했을 때, 류 감독은 “서로가 상대를 바라보고 피식 웃었다”고 했다. 아주 오래 전 일이라 첫 맞대결의 날짜도, 그날 타순도 정확히 기억하진 못했지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것 같았다”고 하는 걸 보면 오랜 선배와의 첫 맞상대 기억은 꽤 강렬했던 듯 했다.

얘기는 자연스레 강승호에게 넘어갔다. 강승호는 트레이드된 뒤 이틀 만인 지난 2일 문학 넥센전에서 1군 엔트리에 들었고, 지난 4일에는 전 소속팀 LG를 상대로 ‘이적 후 첫 선발출장’에 나섰다. 타석에선 2타수 무안타, 볼넷 1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지만, 2회말 수비에서 유강남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땅볼 아웃 처리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강승호는 5일에도 이틀 연속 선발 출장했다.

시즌 초반 강승호에게 주전 2루수 기회를 줬던 류중일 감독이 갑작스레 추억에서 깨어난 듯 한 마디를 남겼다. 

“우리랑 있을 땐 저렇게 안하드만.”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