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앙헬 산체스(왼쪽)와 헨리 소사. SK와이번스 제공

 

지난 3일, SK 헨리 소사가 대전 한화전에서 8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6승(1패)을 따냈다. 시즌 초부터 에이스로 거듭난 앙헬 산체스가 이미 14승이나 따낸 상태에서, 소사도 6월 합류 이후 가파른 상승세로 승수를 쌓아 둘의 합계 승수는 20승이 됐다.

같은 날 KT 윌리엄 쿠에바스도 고척 키움전에 선발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제구가 흔들려 볼넷 5개를 내주고 6회까지 107개를 던진 끝에 물러났지만 1점으로 잘 막아 시즌 9승(6패)을 거뒀다. 동료 라울 알칸타라도 이미 9승을 거둬 KT는 외인 원투펀치의 도합 20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지난해 도합 33승을 따낸 두산 조쉬 린드블럼(15승)-세스 후랭코프(18승) 같은 압도적인 외인 투수 듀오는 없지만, 다수의 20승 듀오 탄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SK보다 앞서 두산과 LG에서 외인 투수들의 합작 20승이 나왔다. LG는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나란히 10승 고지에 올랐다. 두산은 후랭코프가 올 시즌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4승(6패)에 그쳤으나 린드블럼이 혼자 16승(1패)을 따내 도합 20승이 완성됐다.

여기에 KT의 알칸타라-쿠에바스가 4일 현재 도합 18승을 기록중이고, 2위인 키움의 에릭 요키시(9승)-제이크 브리검(8승)도 도합 3승만 거두면 합계 20승을 채운다. 합계 20승을 이미 달성했거나 가시권에 둔 외인 투수 듀오가 벌써 5쌍이다. 20승 (유력) 듀오가 있는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을 최소한 가시권에 두고 있기도 하다. 외인 투수 농사가 팀의 시즌 성적을 좌우한다는 오랜 명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들어맞고 있다.

도합 20승 듀오가 5쌍 나온다면 이는 4년만의 일이다. 프로야구가 10구단·팀당 144경기 체제로 처음 자리잡은 2015년에 5개 팀(삼성, NC, 넥센, 롯데, LG) 외인 투수 2명이 도합 20승 달성에 성공했다. 중도에 교체된 선수들의 승수까지 합했을 때 20승이 넘는 팀은 2팀 더 있었다. 그러나 도합 20승 외인 듀오는 2016, 2017년 3팀. 지난해 2팀으로 떨어졌다. 도합 20승 듀오를 꾸리려먼 외인 투수 2명이 한 명당 10승씩을 책임져주면 되는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거센 가운데 선발에서 제 몫을 해주는 외인 투수 찾기가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올해는 공인구 변화 등으로 타자들의 투수 공략이 최근 몇년보다 까다로워져 투수들이 득을 보고 있다. 여기에 주목할만한 건, KT를 제외한 다른 20승 (유력) 듀오 4쌍에는 한국무대 유경험자가 끼어있다는 것이다. 두산과 SK는 두 명이 모두 한국무대 유경험자고, LG에는 윌슨이, 키움에는 브리검이 한국 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투수들이었다. 도합 20승이 어려워보이는 다른 5개 팀의 경우 브룩스 레일리가 있는 롯데를 빼고는 전부 새 얼굴로 외인 원투펀치를 꾸렸다. 다음 시즌 외인 투수 구성에 국내 무대 경험이 다시금 주요한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