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칵실랏 여자 더블 결승에 출전한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자카르타 | AFP연합뉴스

지난 29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칵실랏 여자 더블 결승에 출전한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자카르타 | AFP연합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최국 인도네시아는 지난 29일까지 이미 목표치의 2배 가까운 30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첫 정식종목인 ‘펜칵 실랏(Pencak Silat)’의 영향이 컸다.

펜칵 실랏은 ‘예술적으로 방어한다’는 뜻을 지닌 동남아 전통 무예다. 배우 원빈이 영화 <아저씨>에서 구사했고 동남아에서는 경호원들이 실전에 사용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기(國技)’나 다름없다.

이번 대회 한국은 선수를 내보내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태권도가 품새와 겨루기로 나뉜 것처럼, 개인·팀 단위로 동작을 구사해 심사위원의 점수를 받는 경기와 비슷한 체급 선수들끼리 대련하는 경기로 나뉘어 있다. 인도네시아가 이 종목에서만 금메달 14개를 휩쓸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전 종목 금메달 목표치(16개)에 근접할 정도로 많다.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예상 밖의 성적을 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 것만으로 인도네시아인들에겐 잊히지 못할 경기가 될 터. 여기에 또 다른 잊지 못할 장면이 경기 마지막 날인 29일 추가됐다. 이날 동자카르타 펜칵 실랏 경기장에는 대통령 조코 위도도를 비롯한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4년 전 조코위의 대선 상대 후보이자 내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귀빈석에서 조코위와 나란히 앉았다. 인도네시아의 오랜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였던 프라보워는 군 출신 기득권을 대표하는 인사로 이날 인도네시아 ‘펜칵 실랏 협회장’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남자 C급(55~60㎏) 대련 종목에서 인도네시아의 하니판 유다니 쿠수마가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귀빈석으로 달려가 프라보워와 조코위를 동시에 와락 끌어안았다. 인도네시아의 눈과 귀가 동시에 쏠리는 장면이 펼쳐졌다.

방송 뉴스에서는 이날 일어난 해프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장면이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화합을 상징하는 것인지, 아니면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 ‘쇼’인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판단할 것이다. 의미가 무엇이든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잊히지 못할 순간이 된 건 분명해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