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결승행이 사실상 좌절되는 단판 승부. 초반 기선제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 4번타자의 진가는 여기서 발휘됐다. 박병호(32·넥센)가 경기 초반 공수 활약으로 위기의 선동열호를 벼랑 끝에서 건져올렸다.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일전에서 박병호는 4번·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팀에서 가장 많은 안타와 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의 박병호가 30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박병호가 타격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한국의 박병호가 30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박병호가 타격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중요한 대목에서 홈런이 나왔다. 김하성의 선제 솔로 홈런으로 한국이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박병호는 일본 선발 우완 사타케 가츠토시의 3구째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2사 후 나온 이 홈런으로 한국이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3-0으로 앞선 5회초에는 선두 타자로 포문을 열었고 4-0으로 도망가는 득점까지 올렸다.

수비에서도 기록으로 드러지 않는 활약으로 승리에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0-0으로 맞선 2회말 2사 1루, 박병호는 선취점과 연결될 수 있던 상황에서 어려운 수비를 해냈다. 일본의 7번 좌타자 마쓰모토 모모타로의 빠른 땅볼 타구를 몸을 날리며 걷어냈다. 이어 1루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투수 최원태에게 빠르게 토스, 간발의 차로 아웃을 잡아냈다.

박병호가 이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면 일본은 득점권에 주자를 보낼 수 있었다. 한국 선발 최원태가 2회 들어 팔꿈치 통증을 느끼며 힘겹게 투구를 이어가던 상황이라 후속타를 맞고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수교대를 이끌어낸 박병호의 수비는 팀 분위기를 바꿨다. 김하성은 “병호 형의 멋진 수비로 선수단이 더 좋은 분위기를 탔다. 덕분에 수비 직후 공격에서 제가 좋은 타구(홈런)를 날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이번 대회 예선 3경기에서 모두 4번타자의 중책을 맡았다. 상대에 따라 타순이 바뀌어도 박병호의 자리는 변함없었다. 12타수 4안타 1홈런에 2타점도 올렸다. 예선 출발이 불안했던 만큼 4번 타자로 나선 박병호의 부담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지난 26일 대만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한국이 1점 밖에 못내며 진 터라 박병호의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박병호는 경기를 마친 뒤 “그동안 경기에서 저를 포함해 선수단이 후회도 반성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런만큼 선수단은 새로 각오를 다지며 경기에 임했다. 박병호도 중요한 경기에서 천금같은 활약으로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박병호는 “더 이상 후회가 남는 경기를 하면 안되기에 다들 똘똘 뭉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남겼다.

“타자들의 타구 질이 나쁘지 않아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공격력을 이어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윤승민